
무역회사 이메일을 해킹해 2억원이 넘는 물품대금을 빼돌리려 한 국제사기단이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 중부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나이지리아인 O씨(31)와 M씨(35), K씨(29)를 구속하고, 미국인 D씨(38ㆍ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9월 중순 국내 선용품 무역회사 A업체와 러시아 해운회사 B업체 간 이메일을 해킹한 뒤 A업체 담당자 행세를 하며 B업체에 21만2,400달러(한화 약 2억3,640만원)상당의 선용품 대금을 송금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O씨 등은 국내 선용품 무역회사 A업체 담당자로 위장, 알파벳 한 글자만 바꿔 러시아 해운회사 B업체와 이메일을 수 차례 주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A업체 대표이사 자필 서명이 적혀있는 서류까지 만들어 러시아 해운회사로 보내 선용품 대금을 요구했다.
경찰은 위조 서류에 적혀있는 자필서명을 확인한 결과 지난 4월 국내 A업체가 대만 무역회사와 거래할 당시 서명했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파악, 해당 대만 업체에서 보안이 뚫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O씨 일당이 가짜 직원행세를 하면서 기존 거래하던 담당자의 이메일 주소 가운데 ‘i’가 ‘l’로 바꿔놓은 상태였지만 러시아 해운업체 거래 담당자는 기존에 사기 피의자들과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은 탓에 눈치채지 못했다.
이 같은 사기행각은 러시아 해운업체 담당자가 A업체에 선용품 대금을 잘 받았는지 확인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A업체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 돈을 송금한 계좌에 지급정지를 요청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O씨 일당이 건네 받은 계좌는 서울에서 잡화상을 운영하는 임모(67)씨의 은행 계좌로 확인돼 경찰은 임씨와 피의자들과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사용한 인터넷 도메인 주소를 미국 미주리주에 거주하는 D씨가 개설한 사실을 확인, 국제공조 수사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점조직 형태로 전 세계에 걸쳐 이메일을 통해 사기범행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무역회사의 경우 내부운영 차원에서 전자 보안을 강화하고 해외업체와 거래할 때는 관계서류를 비롯한 정보를 꼼꼼히 체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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