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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쓴 SF소설 크라우드 펀딩으로 비로소 독자 곁으로

입력
2016.12.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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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 나도 책을 낼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한 출판. 그래도 책은 혼자 만들지 못한다.

도서출판 초록달은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고 싶었던 1인이 차린 출판사다. 그런 초록달은 첫 책 출간부터 다른 출판사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가내 수공업처럼 시작한 출판사인지라 통상적인 방법으로 책을 내고 판매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고, 그러던 차에 알게 된 방법이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처음에는 위험부담을 줄이고자 택한 길이었다. 쉽게 설명하면 독자에게 기획 중인 책의 개요를 소개하고 펀딩을 받아 책을 제작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탄생한 첫 책이 바로 ‘다가올 그날의 이야기’다.

크라우드 펀딩의 생리가 그렇듯, 완성품 없이 기획만으로 펀딩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독자의 관심을 끌면서 신뢰를 얻을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그 해결책으로 출판사라는 담장을 넘어 제작 과정을 독자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애썼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후원자들의 호응이 좋아졌다. 아무것도 없는 신생 출판사를 믿어줬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후원자들이 나서서 책을 홍보해줬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책을 만들고 싶은 제작자에게 크라우드 펀딩은 좋은 창구가 되어준다. 특히 내가 이용했던 플랫폼은 출판 프로젝트만 진행하는 곳이 아니어서 다양한 생태계에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다가올 그날의 이야기’가 대중적인 소설이 아닌 만큼, 독립출판을 찾는 독자들이 있는 곳에서 인기가 좋았다.

이런, 쓰다 보니 정작 첫 책 소개를 안 했다. 초록달은 첫 책으로 낯선 듯 익숙한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었다. 첫 책 ‘다가올 그날의 이야기’는 ‘우주 전쟁’과 ‘타임머신’의 원작자인 하버트 조지 웰스의 작품으로, SF 장르의 19세기 소설이다. 이 소설은 19세기 작가가 상상해낸 22세기 런던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보기엔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아주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22세기 런던, 사회의 어두운 뒷모습, 극심한 빈부 격차, 지하경제, 폭력, 청년실업 문제 등은 19세기 작품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이 소설을 읽고 씁쓸한 여운이 남는 이유도 22세기 런던이라는 낯선 도시를 가득 채운 그 절망 어린 표정이 너무나 낯익기 때문일 것이다.

초록달에서는 드라큘라 이전의 뱀파이어 소설 ‘카르밀라’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선보였다. 앞으로 나올 소설 역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간할 예정이다. 그렇게 꾀부리지 않고 꾸준히, 익숙한 듯 낯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을 찾아 세상에 내놓을 작정이다.

최윤영 초록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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