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ㆍ고속도로ㆍ지하철 개통
호수공원~커낼웨이 수로 완성
교통망 확충ㆍ녹지공간 조성
전입자 3년새 1만7000명 급증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차질에
내외곽 운행 버스 아직은 부족
영종 잇는 연륙교 설계단계 답보
외국인 투자 유치도 발등의 불
시티타워ㆍ복합쇼핑몰 건립 등
베드타운서 탈피 몸부림 중

“무슨 생각으로 유령도시에 들어갔어요?”
회사원 김모(44)씨가 2012년 12월 인천 서구 경서동 청라국제도시에 아파트를 사서 이사했을 때 지인들의 한결 같은 반응은 이랬다. 김씨는 서울과의 뛰어난 접근성과 저평가된 부동산 가치 등 갖가지 이유를 댔지만 소용 없었다. 당시 언론에선 청라국제도시를 영종하늘도시와 함께 ‘미분양의 늪’이라고 불렀다.
지인들의 걱정만큼 김씨는 입주 초기에 고생을 톡톡히 했다. 버스 노선은 부족했고 콜택시를 불러도 배차가 안됐다. 승용차가 없이는 출근이 어려웠다. 대형마트와 종합병원이 없어 장을 보거나 아이가 아프면 인천시내나 서울로 차를 몰아야 했다. 어린이집, 영화관, 경찰 지구대 등은 없거나 부족했다.
하지만 이후 마트와 병원이 하나 둘 들어서고 2013년 7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청라나들목(IC)이 개통했다. 청라~서울 강서 간선급행버스(BRT)도 운행을 시작해 숨통이 트였다. 2014년 6월에는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이 개통돼 서울역까지 37분이면 닿게 됐다. 이전에도 공항철도 검암역이 있었지만 연희동 1, 2단지 쪽에서 가려면 버스로 15분이 걸렸다. 경서동 3~5단지 주민들은 마땅한 차편이 없어 만원을 넘게 내고 택시를 타야 했다.
지난 7월에는 버스로 15분 거리에 인천지하철 2호선 가정(루원시티)역도 들어섰다. 청라국제도시를 동에서 서로 가르는 수로공원 커낼웨이와 청라호수공원으로 이어지는 수변공간도 완성됐다.
기반시설이 갖춰지자 사람이 몰렸다. 미분양에 허덕이던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10~25% 낮춰 할인 판매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청라국제도시 인구는 2013년 10월 6만7,440명에서 지난 10월 당초 도시 계획인구 9만명의 93.7%에 이르는 8만4,342명으로 늘었다. 10월까지 계획세대수 3만3,210세대의 82%에 달하는 2만7,179세대가 입주를 마쳤다. 그 사이 초ㆍ중ㆍ고교는 16곳이 됐고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94곳이 생겼다. 마트와 병원은 각각 62곳, 42곳이 들어섰고 버스 노선은 20개(209대)가 운행 중이다.
부동산 가격도 뛰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3~5단지가 있는 경서동 아파트 시세는 2014년 4분기 3.3㎡당 879만원에서 지난해 4분기 948만원, 올해 4분기 969만원으로 올랐다. 1, 2단지가 있는 연희동도 같은 기간 831만원에서 933만원, 945만원으로 계속 상승했다.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값이 뛰면서 서구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도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2년 말 3.3㎡당 758만원에서 2013년 말 775만원, 2014년 말 800만원, 2015년 853만원, 올해 872만원(11월 기준)으로 꾸준히 올랐다.
김씨는 “3.3㎡당 820만원이었던 집값이 이제는 1,000만원에 육박했다”며 “2013년 초 커낼웨이로 산책을 가면 사람 그림자를 보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저녁이면 주민과 직장인들로 북적댄다”고 말했다.

7일 찾은 청라국제도시는 상가건물마다 사람이 가득했고 곳곳에서 아파트와 상가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파트와 상가 분양 현수막과 입간판, 사무실, 호객꾼도 어디 가나 눈에 띄었다.
1991년 오랜 간척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섬에서 육지가 된 청라국제도시는 2003년 경제자유구역 지정 후 10여년 만에 ‘사람 사는 도시’가 됐지만 주민들의 바람은 여전히 많다.
커낼웨이에서 만난 주부 백모(54ㆍ여)씨는 “아파트를 분양 받아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는 살기 좋아졌지만 부족한 게 여전히 많다”며 “서울 강남과 연결되는 교통편이 있지만 많이 돌아가기 때문에 직통 교통편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희동의 한 상인은 “부평에서 904번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데 20분 넘게 기다리는 경우가 많고 청라국제도시 안에서 다니는 차편도 많지 않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청라국제도시역 개통 등이 됐지만 청라 주민들의 교통편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 청라 주민 단체의 4대 요구안 중 청라시티타워 건설을 제외한 3개가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바이모달트램(GRTㆍ도로와 궤도에서 모두 운행 가능한 특수버스) 도입, 서울 강남행 버스 신설 등 교통 문제다. 그러나 7호선 청라 연장과 GRT 도입비 등은 당장 내년도 국비 확보에 실패해 사업 추진에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영종과 청라를 잇는 제3연륙교는 사업비 5,000억원을 마련해놓고도 기본설계 용역단계에 머물러 있다.
17.8㎢ 크기의 청라국제도시는 국제금융과 관광, 유통, 연구개발(R&D), 첨단 부품소재 산업에 주거를 결합한 비즈니스타운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아직까지 베드타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경서동 24만6,61㎡ 부지에 약 7,300억원을 들여 조성하는 하나금융타운 등 일부만이 눈에 보일 뿐 대부분이 문서 단계에 머물러있다.
2020년까지 단계별로 조성되는 하나금융타운은 통합데이터센터가 내년 6월 준공해 2,000명이 입주한다. 글로벌인재개발원도 2018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내년 상반기 중에 착공할 예정이다.
청라 시티타워와 신세계 복합쇼핑몰은 내년에나 가시화된다. 청라 국제업무타운은 2013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특수목적법인(SPC)간 사업협약이 해지된 뒤 제자리걸음 중이다. 청라 의료복합타운도 사업 추진 일정이 늦어지는 모양새다.
청라호수공원 중심부 3만3,058㎡에 세워질 452m 높이의 시티타워는 사업자 후보로 보성산업 컨소시엄이 선정돼 LH,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사업 협약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전망대와 면세점 등이 들어서는 시티타워는 이르면 내년 연말 착공해 2021년 준공 예정이다. 신세계투자개발이 경서동에 16만5,000㎡ 규모로 조성하는 신세계복합쇼핑몰은 현재 설계가 진행 중으로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나 착공된다.
127만4,000㎡ 규모로 사업비 6조2,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계획됐던 국제업무타운은 2013년 12월 LH와 10개 건설사로 구성된 사업자인 청라국제업무타운이 사업 협약을 해지한 뒤 손해배상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청라는 다른 경제자유구역과 경쟁에서도 밀린다.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청라의 올해 9월 말 현재 외국인직접투자(FDI) 신고액은 1,030만달러이다. 송도와 영종은 각각 11억6,170만달러, 3억7,000만달러였다. 면적 규모가 송도(53.4㎢)와 영종(52.4㎢)의 3분의 1인 점을 감안해도 너무 적다는 평가다. 현재까지 FDI 누적 신고액 비중을 비교하면 송도가 53.6%로 절반을 넘게 차지했고 영종이 38.7%였다. 청라는 7.7%에 불과했다. 청라의 외국인 인구도 9월 말 현재 774명으로 전체 인구의 1%가 안 되는 0.9%에 불과했다.
청라지역의 복수 부동산 관계자는 “시티타워 사업자(후보) 선정 등 호재가 있지만 금리 인상 움직임 등 더 큰 걸림돌이 있어 부동산 경기에 큰 움직임은 없다”라며 “다만 7호선 연장과 여러 외투사업들이 가시화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kokilbo.com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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