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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父子’ 신태용 “아들? 대표팀 안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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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父子’ 신태용 “아들? 대표팀 안 뽑는다”

입력
2016.12.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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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U-20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5일 경기 분당 한 식당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했다. 이날 그는 U-20 대표팀 발탁 가능 연령대인 아들 신재원을 선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신태용 U-20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5일 경기 분당 한 식당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했다. 이날 그는 U-20 대표팀 발탁 가능 연령대인 아들 신재원을 선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한국에서 대표적인 ‘축구 부자(父子)’는 차범근(63)-차두리(36)다. 기영옥(59ㆍ광주FC 단장)-기성용(27ㆍ스완지시티), 오세권(60)-오범석(32ㆍ항저우 그린타운)도 잘 알려져 있다. 얼마 전에는 지네딘 지단(44) 레알 마드리드 감독의 아들인 엔조 지단(21ㆍ레알 마드리드)이 레오네사와 스페인 국왕 컵에서 데뷔전을 치러 화제를 모았다. 엔조 지단은 골까지 넣어 아버지 앞에서 세리머니를 펼쳤다.

신태용(46) 20세 이하 월드컵 감독도 ‘축구 삼부자’다. 큰 아들 재원(18ㆍ울산 학성고), 둘째 아들 재혁(15ㆍ호주 신태용 축구학교) 모두 축구 선수다. 이번에 신 감독이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하면서 큰 아들과 관계가 좀 묘해졌다. 신재원은 1998년 생으로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와 동갑이다. 작년 10월 칠레 U-17 월드컵 대표로도 활약했지만 최종 명단에는 들지 못했다. U-20 대표팀의 주축인 1997년생들보다 한 살 어리지만 언제든 ‘신태용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잠재적 자원이다. 고3인 신재원은 내년 명문 고려대 입학도 확정됐다. 하지만 ‘지단 부자’처럼 아빠 신태용이 지휘하고 아들 신재원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신 감독은 5일 경기 분당의 한 식당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갖고 “냉정히 말해 아직 재원이 실력이 좀 부족하다. 더 성장해야 한다. 내가 있는 한 아들을 뽑을 일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원이에게 ‘아빠 때문에 네가 희생을 해야겠다’고 말할 때는 참 미안했다”며 자신으로 인해 당분간 대표팀 발탁의 길이 막힌 아들에 대한 짠한 마음을 드러냈다.

'신태용 삼부자'가 제주도 한라산에 올라 찍은 사진. 왼쪽부터 신태용 감독, 작은아들 신재혁, 큰아들 신재원. 신태용 감독 제공
'신태용 삼부자'가 제주도 한라산에 올라 찍은 사진. 왼쪽부터 신태용 감독, 작은아들 신재혁, 큰아들 신재원. 신태용 감독 제공

신 감독은 오는 11일 34명의 선수들을 데리고 제주 전지훈련을 떠난다. 선수들과 첫 상견례인 동시에 ‘옥석’을 가리는 무대다. 월드컵 목표를 묻자 그는 “시험지도 못 봤는데 답안지를 내라는 거냐(선수도 아직 못 봐 성적을 예상할 수 없다는 의미)”고 웃었다. 이어 “지금은 내가 선수들에 대해 백지나 마찬가지다. 제주 전훈과 내년 1월 포르투갈 해외 전훈, 3월 JS컵을 치르면 대략적인 목표를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회가 5개월 밖에 남지 않아 촉박하다는 우려에는 “리우올림픽 때는 함께 모여서 훈련할 수 있는 날이 제한적이었다. 훈련 시간만 따지면 지금이 더 낫다”고 자신 있어 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최대한 자율을 부여할 생각이다. 그는 “소집 때 선수들 휴대폰을 압수한다는 코치도 있더라. 그러나 나는 그런 조치에 반대다. 18세 이상 이면 성인이다. 핸드폰으로 게임 하느라 잠을 못 자 경기력에 지장 받는 선수는 대표 자격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운동장 안으로 이어갈 생각이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웃고 떠들며 운동해야 한다. 자신의 끼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작년 9월 수원컨티넨탈컵에 출전했던 이승우. 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톡톡' 튀는 개성 넘치는 선수다. 당시 머리를 붉은색으로 염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작년 9월 수원컨티넨탈컵에 출전했던 이승우. 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톡톡' 튀는 개성 넘치는 선수다. 당시 머리를 붉은색으로 염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신 감독은 이승우와 관계도 걱정하지 않았다. 이승우는 화려한 플레이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강한 개성을 표출해 ‘톡톡’ 튀기도 한다. 작년 U-17 대표팀을 이끌었던 최진철(45), 전임 안익수(51) 감독 모두 이런 부분을 고민했다. 신 감독은 “승우가 튀고 싶어 하면 더 튀게 해 주겠다. 머리 색깔을 무슨 색으로 염색하든 전혀 상관 없다”고 ‘쿨’하게 답했다. 이어 “승우에게만 특혜를 주는 게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승우처럼 틀에 박힌 플레이에서 벗어나 자신감 넘치는 축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우는 슈팅이 벗어나면 광고판을 공으로 차거나 교체 아웃 될 때 불만을 표시해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신 감독은 “그런 행동은 따끔하게 혼낼 것이다”면서도 “선수가 순간 욱해서 감정을 내보일 수도 있다. 충분히 대화를 나누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개의치 않아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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