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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회장, 곳곳서 ‘崔에 보은’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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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포스코회장, 곳곳서 ‘崔에 보은’ 의혹

입력
2016.12.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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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취임 후 불과 사흘 만에

광고계열사 포레카 대표로

崔 측근인 40대 낙하산 인사

미르재단 30억원 출연도

내부 규정 여기고 서둘러

재계 6위 포스코그룹을 감싸고 있는 ‘최순실 그림자’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의 입김으로 권오준(66) 현 회장이 선임된 흔적이 드러나면서, 권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의 행보가 ‘최씨에 대한 보은(報恩) 아니냐’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최씨가 권 회장 선임에 개입한 정황들은 꽤 구체적이다. 2013년 말 조원동(60)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포스코 임원에게 “차기 회장은 권오준으로 정해졌으니 그리 진행해 달라”고 통보했다. 이후 김기춘(77)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해당 임원을 따로 만나 “(청와대 관여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 뒤탈이 없도록 포스코 내부 규정대로 권 회장 선임이 이뤄진 것처럼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권 회장과 경합했던 오영호(64) 전 코트라 사장이 탈락 직후 “정윤회씨의 부인(최씨)이 권 회장을 밀었던 것 같다”고 주변에 말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복수의 전ㆍ현직 포스코 관계자들과 정치권 인사 등은 이를 사실로 인정하고 있다.

권 회장이 최씨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대목은 ‘포레카’다. 포스코가 지분 100%를 갖고 있던 광고계열사인 포레카의 대표이사는 2014년 3월 17일, 포스코 내부 인사인 김상영(64) 전 사장에서 돌연 김영수(46)씨로 바뀌었다. 권 회장 취임(3월 14일) 사흘 만에 이뤄진 계열사 임원 인사였는데, 당시 포레카뿐 아니라 포스코그룹 내에서도 깜짝 놀라는 시선들이 많았다고 한다. 포스코의 한 전직 임원은 “아무리 광고전문가 출신이라 해도, 포레카의 부장급보다 훨씬 젊은 김씨가 김 전 사장을 밀어내자 모두들 정치권에서 내리꽂은 ‘낙하산’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씨의 측근 인사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제일기획 출신인 그는 2010년 11월 설립된 더엠컴퍼니 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이 회사는 최씨 측근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 사내이사 소모(41)씨는 최씨가 소유주인 모스코스와 코어플랜의 임원을 지냈고, 대표이사 안모(44)씨는 최씨가 더블루K의 대체 회사로 만든 더운트의 임원, 김씨의 뒤를 이어 더엠컴퍼니 경영을 맡은 또 다른 안모(38)씨도 최씨의 ‘비밀아지트’인 테스타로싸 카페와 연결된 세온이라는 업체의 대표였다. 김씨는 포레카로 온 지 1년 만에 최씨 측에 포레카 지분을 넘겨주려 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권 회장은 안종범(57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지분을 넘기라는 연락도 받았다.

미르재단에 포스코가 30억원을 출연하게 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미르 출범 사흘 전인 지난해 10월 24일,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게 “출연금 규모를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증액하고, 출연기업을 늘려라. 포스코에도 연락해 보라”고 지시했다. 포스코는 내부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30억원 출연을 결정했다. ‘10억원 이상 기부’ 땐 이사회 산하 재정 및 운영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쳐야만 하는데, 이를 생략한 채 같은 해 11월 6일 이사회 결의만으로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포스코 관계자는 “작년 검찰 수사에서 배임 행위로 결론이 난 부실기업 성진지오텍 인수 때에도 재정ㆍ운영위원회의 사전 검토를 건너뛰었는데 이와 똑 같은 일이 반복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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