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안보 장관에 대장 출신 켈리
매티스 국방 이어 전시체제 방불
중기청장엔 ‘5억弗 재산’ 맥마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 장관에 존 켈리(66) 전 남부사령관을 내정하며 15개 행정부처 중 9개 부처의 각료를 인선했다. 진용이 드러난 트럼프 행정부는 ‘전시 체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군 출신이 대거 포진한 데다가 초갑부들도 즐비하다. 각료들 면면도 대부분 트럼프의 핵심 대선 공약을 열렬히 지지한다는 점에서 ‘오바마 지우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지 언론에는 ‘반(反) 오바마’를 의미하는 ‘ABO(Anything But Obama)’ 정책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는 4성 장군 출신 켈리를 국경경비와 테러 대응을 총괄하는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켈리는 이라크전에 참여한 ‘골수 해병’으로 중남미 32개국을 관할하는 남부사령관을 역임한 뒤 올해 1월 퇴역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려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정면으로 맞섰고, 멕시코 국경지대의 안보 강화를 주장해 트럼프의 입맛에 맞아 떨어지는 인물로 평가된다. WP는 “남부사령관으로 멕시코 국경을 관할한 경험을 살려 트럼프의 국경 장벽 건설,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켈리가 국토안보부 장관을 꿰차며 트럼프 내각이 전시체제를 방불케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켈리에 앞서 ‘미친 개’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사령관이 국방장관에,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됐기 때문이다.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 15년간 우리는 세계 문제를 군사적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켈리의 발탁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백만장자나 억만장자를 뛰어넘는 ‘가질리어네어’(gazillionaireㆍ초갑부)들도 속속 트럼프의 경제팀에 합류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중소기업청장으로 프로레슬링계의 ‘대모’로 불리는 린다 맥마흔(68) 미 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공동소유자를 내정했다. 트럼프는 이날 성명에서 “맥마흔은 13명의 작은 조직이던 WWE를 전세계 800명 직원을 둔 국제 조직으로 성장시켰다”고 소개했다.
맥마흔의 재산은 5억달러(약 5,795억원)에 달하며 남편의 재산도 10억달러(약 1조1,590억원)로 알려져 있다. 앞서 재무장관에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 스티븐 므누신이 내정됐고, 상무장관에 억만장자 투자자 윌버 로스가 예정된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경제팀은 애초 그가 내세운 ‘소외된 노동자를 위한 정부’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맥마흔은 트럼프의 오랜 친구로, 대선 당시 트럼프에게 600만달러를 후원해 ‘보은성 인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오바마 환경 정책 강력 반대한
프루이트 환경보호청장 내정
反오바마 뜻 신조어 ‘ABO’ 등장
트럼프는 ‘오바마 뒤집기’ 행보도 분명히 했다. 이날 트럼프가 환경보호청(EPA) 청장에 내정한 스콧 프루이트(48) 오클라호마 법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 보호 정책을 적극 반대한 인물이다. 앞서 에너지기업들과 손을 잡고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 수질오염 방지 등의 각종 환경 정책에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해, 향후 오바마 정책 철폐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내정이 확정된 주택도시개발장관(벤 카슨), 교육장관(벳시 디보스)도 트럼프의 주요 대선공약 코드에 맞는 인사로 풀이된다. 법무장관(제프 세션스), 보건복지장관(톰 프라이스), 교통장관(일레인 차오)는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곧 최대 관심사인 국무장관과 내무ㆍ노동ㆍ에너지장관에 대한 인선을 단행할 예정이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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