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표결이 진행된다. 국회는 어제 야 3당과 무소속의원 171명이 지난 3일 공동 발의한 탄핵안을 본회의에 보고했다. 2004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국회가 탄핵안을 발의ㆍ의결한 이후 12년 만이다. 헌정사에 불행한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헌정질서의 유린을 바로잡아 국정 혼란을 막고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아무런 공적 권한이 없는 민간인인 최씨가 정부 고위직 인사와 대통령 연설문 작성 등 국정에 무시로 개입했다. 청와대를 앞세워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 원을 출연받아 착복하는 등 공적 기관을 사적 이익 추구 수단으로 이용했다. 박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한 일’‘대기업의 선의’ ‘지인의 도움을 받은 것’등으로 둘러대지만 검찰은 대통령을 범죄 공모 혐의 파의자로 규정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특별검사 조사도 시작됐다. 7일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최씨 측근인 차인택씨는 “최씨와 박 대통령은 같은 급(級)”이라고 증언했다. 최씨의 위상과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했다는 것으로, 국정농단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표현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책임은 온전히 박 대통령에게 있다. 한갓 사인(私人)에게 의존하면서 공적 조직을 무력화한 국기문란과 헌정유린의 책임은 너무나 크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진지한 반성이나 권한을 내려놓을 자세를 보이는 대신 서툰 변명으로 일관하며 모호한 화법으로 국회에 공을 떠넘기다 이 지경에 이르렀다. 100만, 200만으로 불어나는 촛불집회 인파만이 아니다.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다.
국회의 탄핵안 표결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더불어민주당(127석)과 국민의당(38석), 정의당(6석) 등 야 3당과 무소속 의원(7명) 등 172명, 비박계 중심의 새누리당 의원 2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이상을 요하는 가결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새누리당 친박계는 여전히 탄핵안 부결을 위해 물밑 작업을 하고 있고, 무기명 투표의 성격상 이탈표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탄핵 사유 가운데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 부분이 새누리당 탄핵 찬성파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립적 헌법기관으로서 양심과 소신에 따라 투표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국민 다수의 뜻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곤란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8%가 탄핵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 사유의 엄중함은 물론이고, 심각한 나라경제 형편, 장기적인 국정마비 상황, 날로 악화하는 민심을 감안해야 한다. 헌정 질서의 회복과 국정 정상화를 위해 여야 의원들이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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