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내년부터 추진하려는 청소년 문화카드 지급사업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시는 관련 근거를 마련한 만큼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복지부는 기존의 지원을 받는 청소년과 형평성 문제 등을 들며 사업 계획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8일 시에 따르면 내년부터 관내 만 13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문화카드(10만원) 지급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내년 본예산(3억500만원)에 사업비를 반영했다. 시는 현재 파악된 대상 청소년이 총 2,600여명이지만 신규 청소년 유입 등을 고려해 예산을 넉넉히 짰다.
이 사업은 시가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청소년에게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직업 체험이나 문화활동 등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마련했다. 아직 세종시의 문화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청소년들이 조금이라도 더 문화혜택을 누리게 해줘야 한다는 정책 취지도 반영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사회보장위원회 심의 결과를 토대로 시의 문화카드 사업에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복지부는 문체부에서 이미 차상위계층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지원하는 문화놀이카드(5만원)와 유사, 수급자가 중복되고 수급액 역전 현상도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10만원을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사회보장제도의 기능을 벗어나는 데다 타 지자체와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청소년문화카드 지원비를 문화카드놀이와 동일하게 5만원만 지급해 사업을 우선 추진하고, 차후 개선해 나가라고 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한 세종시의 의견을 오는 22일까지 전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는 복지부의 이런 방침과 상관 없이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다. 이미 금액까지 명시한 ‘청소년 문화카드 지원 조례안’을 제정ㆍ공포한 데다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권고 사항이지 강제사항이 아닌 만큼 시비를 들여 재량으로 사업을 벌이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7월 시의회에서 조례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지자체가 시비를 들여 복지사업을 하는 것이어서 못 할 이유가 없다”며 “문화놀이카드 대상 청소년에게 5만원만 지급하면 형평성 문제가 더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세종시가 절차를 지키지 않고 사업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후속 조처를 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세종시는 사업 계획을 보다 꼼꼼하고 내실 있게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요구한 시한에 세종시가 의견을 내지 않고,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하면 교부세 감면 등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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