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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연락처 유출 나비효과? ‘국민참여 청문회’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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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연락처 유출 나비효과? ‘국민참여 청문회’시대 열렸다

입력
2016.12.0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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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 청문회에도 국민참여의 시대가 열렸다. 촛불로 상징되는 평화집회에서 한발 나아가 온라인 상 ‘탄핵 청원’ 운동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국정조사에서도 국민의 제보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 앞으로 국민들의 정치 참여가 투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서 주요 이슈였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최순실씨와의 관계에 극적인 전환점을 마련한 건 국민이 제보한 동영상이었다.

김 전 실장은 청문회 내내 “태블릿PC가 보도되고서야 (최순실의 존재를) 알았다”고 잡에 뗐고, 국회의원들이 그의 ‘모르쇠’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호통 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보를 받아 제시한 영상에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당시 박근혜 후보의 법률지원단장을 맡고 있던 김 전 실장이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거론된 내용을 똑똑히 듣고 있었다. 영상을 본 후 김 전 실장은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알았다”고 말을 바꿨다.

‘주갤러’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고 받은 카카오톡 내용 중 일부. 제보자는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던 7일 오후 9시쯤 박영선 의원에게 카카오톡으로 ‘결정적 영상’을 제보했다.
‘주갤러’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고 받은 카카오톡 내용 중 일부. 제보자는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던 7일 오후 9시쯤 박영선 의원에게 카카오톡으로 ‘결정적 영상’을 제보했다.

사실 박 의원이 제시한 ‘결정적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디시)의 ‘주식 갤러리’(주갤)에서 활동하는 회원이 같은 당 손혜원 의원에게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은 8일 오전 2시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 영상은 제게 온 제보였다”며 “제가 뜨는 것보다 단 일분이라도 빨리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앞선 질의 순서였던 박영선 의원에게 양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딱 찍어서 제보해주신 주갤러(주식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회원)분과 신나서 자료를 준비한 김성회 보좌관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오유)에는 해당 영상의 최초 발굴자는 디씨가 아닌 오유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누가 이것 좀 퍼가서 안민석 의원이나 손혜원 의원한테 좀 보내주세요”라는 당부를 남겼는데 이 게시물이 ‘주갤러’를 통해 손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오유’든 ‘주갤’이든 청문회를 보며 답답한 마음에 자료를 찾아 국회의원에게 바로 제보를 해야겠다는 ‘사고의 전환’ 자체가 주목 받을 일이다. 지금까지 ‘네티즌 수사대’라는 별명을 얻으며 놀라운 검색 능력을 뽐냈던 커뮤니티 회원들의 활약은 가십거리나 뺑소니범 추적 등의 사건사고 이슈에 치우쳐 있었다. 정치 이슈에서, 그것도 국회의원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좋은 결과를 이뤄낸 것은 괄목할 만한 변화다.

이런 변화의 계기가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20대 국회의원 연락처가 유출되면서부터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탄핵 반대 새누리당 의원 명단을 공개한 시점에 동시다발적으로 국회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도 인터넷메신저 등을 통해 공유되면서 탄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만한 정당의 의원들에게는 여야를 막론하고 ‘메시지 폭탄’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표 의원과 신원불상의 전화번호 유출자를 적발해 달라고 경찰에 고발까지 했다. 그러나 한 네티즌이 국회의원에게 직접 ‘결정적 제보’를 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휴대폰 번호 유출 덕분이었다. 본의 아니게 국회의원과 국민들이 더욱 가까워진 셈이다.

‘국민 제보’의 맛을 본 손혜원 의원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제보 경로를 공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손 의원실 김성회 보좌관이 자신의 텔레그램 아이디(@sunghoi)를 공개하며 제보를 부탁한 페이스북 글이 회자되고 있다. 김 보좌관은 글에서 “왜 김기춘 동영상 하나 못 찾고 제보가 들어오니까 그거 주워먹냐고 뭐라 하시는 분 계시는데, 원래 잘 주워먹는다. 욕 먹을 테니 제보는 제보대로 부탁 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직원들이 새벽까지 같이 일하며 준비하고 있지만 항상 부족하다”며 “지역 사무실 일하는 사람 제외하면 6~7명이 의원 보좌하는 게 현실”이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8일 오후 2시쯤 “디씨 명탐정 갤러리 주갤! 여러분의 용기가 세상을 바꿉니다”라며 인증 사진을 올렸다. 디시인사이드 캡쳐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8일 오후 2시쯤 “디씨 명탐정 갤러리 주갤! 여러분의 용기가 세상을 바꿉니다”라며 인증 사진을 올렸다. 디시인사이드 캡쳐

한편 주갤러의 도움으로 7일 청문회의 블루칩이 됐던 박영선 의원은 해당 갤러리에 인증 사진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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