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공만 이수해도 졸업
융합전공제 이르면 내년 도입
학과 간 통폐합 없이 새로운 전공을 만들어 이수하는 융합전공제도가 이르면 2017년 도입된다.
교육부는 융합전공 등 대학 학사운영을 대폭 자율화하는 방안을 담은 고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을 8일 입법 예고했다. 융합전공제도는 학과들을 합치거나 폐지하는 등의 물리적 개편을 거치지 않고 새로운 제3의 전공을 개설해, 특정학과 학생이 원래 전공이 아니라 새로운 전공만 이수하고도 졸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고려대는 국문ㆍ영문ㆍ심리ㆍ컴퓨터학과가 ‘언어ㆍ뇌ㆍ컴퓨터(LB&C)’라는 전공을 개설했지만, 현재는 원 소속학과의 전공 이수가 필수다. 융합전공이 시행되면 원 소속학과 전공을 이수하지 않고 신설 전공인 LB&C만 이수해도 졸업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미국의 올린공과대학은 학과 단위의 공대 교육에서 탈피해 5년마다 모든 교육과정을 폐기하고 신설하는 것으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대학들이 융합전공 개념을 확대해 물리적 통합 없이도 이른바 공유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이밖에 ▦대학 자율로 기존 학기 기간을 다양화(4주, 8주 등)하는 모듈형학기, 학년마다 학기를 탄력적으로 운영(1학년 1학기, 3학년 3학기 등)하는 유연학기제도 ▦1학점당 15시간을 기준으로 블록수업이나 집중수업을 들을 수 있는 집중이수제도 ▦원 소속학과 전공, 연계전공, 학생설계전공, 융합전공 중 선택이 가능한 전공선택제도 등 15개 개선방안도 포함됐다. 탄력적인 학사운영과 학습기회 확대가 취지다.
일각에서는 산업연계교육활성화(프라임)사업과 인문역량강화(코어)사업 등 교육부가 추진한 학사개편 사업의 여론이 악화한데다, 국정 운영 혼란으로 법령 개정 동력이 희미해졌는데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융합전공 개설 등 학사 유연화는 대학들이 이미 자구책으로 하고 있는 노력들”이라며 “입법 취지도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평가 지표 도입과 재정 지원을 연계해 강제적으로 학사 재편을 시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국정 운영의 추진 동력과 상관 없이 4차 혁명시대에 발맞춰 하루 빨리 학사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2년 전부터 대학교육협의회의 건의를 수렴해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학사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해 왔다”라며 “늦어도 2017학년도 2학기부터는 자유로운 학사 개편이 가능하도록 법적 제약을 개선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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