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서울숲 양봉체험
이론 배우고 직접 벌꿀 채취도
7개월 결실 독거 어르신에 전달
“할아버지 계세요. 저희가 벌꿀 또 가져왔어요.”“추운데 어서들 들어와. 혼자 사는 노인네한테 뭘 이렇게 계속 갖다 주고 그래. 고마워 잘 먹을게.”
위암으로 부인을 먼저 보내고 20년 가까이 홀로 살고 있는 김시열(91) 할아버지의 반지하 원룸에 8일 오후 증손주 뻘인 서울 성동구 경일고 1학년생 3명이 찾아왔다. 자신들이 올 한 해 직접 양봉을 해 얻은 벌꿀을 할아버지에게 드리는 학생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학생들과 할아버지의 달콤한 인연을 맺어준 꿀은 학생들이 무지개 꿀벌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채취한 것이다.
무지개 꿀벌학교는 서울 성동구가 관내 중고교생들이 멀리 가지 않고도 지역사회 역사ㆍ문화ㆍ생태를 직접 체험하며 학습할 수 있도록 조성한 온마을체험학습장 사업 중 하나다.
서울숲이라는 지역적 자원을 활용해 도심 한복판에서 양봉을 하는, 조금은 엉뚱해 보이는 이 사업에 경일고, 행당중, 무학중 3개 학교의 학생 60명이 참여했다.
이날 할아버지댁을 찾은 조문기(17)군은 “꿀벌학교를 통해 벌은 언제 침을 쏠지 모르는 위험한 곤충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벌을 가까이서 관찰하며 이제는 친숙한 존재가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 4~10월 7개월간 무지개꿀벌학교에 몸담으며, 서울숲 안에 놓인 7개의 벌통 속 꿀벌 7만 마리와 교감을 나눴다. 양봉체험 등 체계적인 교육은 강원 횡성군에서 에덴의 꿀벌학교와 운영 협약을 통해 지원받았다.
학생들은 매월 한 차례 직접 서울숲 양봉체험장을 찾아 꿀벌 관찰과 채밀, 양봉산물 활용방법을 비롯해 꿀 생산과정과 꿀벌언어탐구 등의 과정을 통해 이론과 실습을 병행했다.
김하림(17)양은 “직접 채취한 꿀을 선생님이 사온 식빵에 발라 반 아이들 전체가 아침식사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며 “반 아이들에게도 꿀벌학교 인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양봉을 통해 얻은 꿀은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의 성분규격검사를 거쳐 ‘서울숲 꿀랑이 삼남매 천연 벌꿀’이란 이름으로 350㎖ 크기의 용기 170개에 담겼다. 완제품으로 탄생한 꿀은 관내 저소득 독거 어르신들에게 전해졌다.
이도언(17)양은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내 멸망한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새기며 일상생활에서 꿀벌의 소중함도 알 수 있는 기회였다”며 “더 많은 체험프로그램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올해 처음 진행한 꿀벌학교 사업을 앞으로 이어 갈 계획이다.
꿀벌학교 참가자를 학교별로 모집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관심을 보여 추첨을 통해 참가학생을 선발할 정도로 인기를 끈 만큼 더 알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구 관계자는 “꿀을 채취하는 것 말고도 꿀벌집에서 나오는 프로폴리스를 이용한 비누만들기 같은 프로그램도 인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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