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자유학기제 확대 시행
1학기 의무, 2학기는 학교 재량
학교간 경쟁에 교사업무 늘어
학생들 성향ㆍ욕구 파악 못해
프로그램 효과 반감될 우려도
경기지역 한 중학교 교사 정모(여)씨는 자유학년제 시행 소식에 어깨가 무겁다. 지금도 교과목 외에 진로상담, 동아리 등 4개의 자유학기 프로그램을 맡아 업무압박에 시달리는데, 업무가 더 늘어날까 걱정부터 앞선다고 하소연 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중학교 1학년 대상 자유학기제를 내년부터 ‘자유학년제’로 확대 실시키로 하자, 제도의 성공여부를 쥔 교사들이 업무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8일 도 교육청에 따르면 자유학년제는 1학기당 170시간씩 진로 탐색, 예술ㆍ체육ㆍ동아리 등의 자유활동을 의무로 규정한 자유학기 외에 ‘연계 자유학기’를 더한 것이다. 자유학기를 2학기 연이어 실시한다는 의미다.
도 교육청은 연계 자유학기(2번째 자유학기)는 의무가 아닌 토론, 실습의 자유학기 연계 수업이기에 교사들의 업무가중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교단에서 받아들이는 정서는 다르다.
지금도 교과 수업 외에 1주당 많은 시간을 매달려 2~3개의 자율프로그램에 진로ㆍ체험학습까지 맡아 하는 상황에서 연계수업까지 하다 보면 업무가중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학교장 자율로 진행되는 제도 특성상 성과경쟁 시 교사들의 업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A중학교 이모 교감은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반면 교사들은 억지로 하는 분위기도 있다”며 “실질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유학기제가 1학기로 앞당겨짐에 따라 제도의 허점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는 중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의 성향과 욕구를 파악해 2학기 자유학기에 반영했으나, 내년부터는 당장 1학기부터 시행돼 교사 임의대로 프로그램을 짜야 할 상황이다. 교사가 학생특성에 맞게 창의 프로그램을 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부모들도 자유학기제 확대에 불안해하고 있다. 유지유 고양시학부모네트워크 초등부 회장은 “학교장이 적극적이면 체험활동 횟수나 학습 질이 향상돼 효과가 배가되는 반면 인식이 부족한 경우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불이익을 볼까 걱정하는 학부모도 많다”고 꼬집었다.
경기도교육청 한 장학사는 “정부지침 내에서 중학교 입학생의 학업부담을 덜어주려 도입한 것이기에 교사들의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교사들이 크게 부담을 갖는 학생 개인별 평가기록 시스템 등은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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