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DMZ 생물다양성 보고서
지난 42년간 연구결과 집대성
산양-붉은박쥐 등 91종 분포
사향노루-두루미 유일한 서식지
전체 야생동식물은 4873종 확인
“지뢰 매설지역 접근 한계”
“훨씬 많고 다양한 동식물 살 것”
남한 면적의 1.6%에 불과한 비무장지대(DMZ) 지역에 국내 멸종위기종의 40% 이상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DMZ는 백두대간, 도서 연안지역과 더불어 한반도 3대 핵심 생태축으로 꼽힌다.
8일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DMZ 인근 지역의 생태계 조사를 망라한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 종합보고서’를 9일 발간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DMZ 지역에 대한 공식 조사로는 최초인 1974년 ‘비무장지대 인접지역 종합학술조사’부터 최근 공공ㆍ민간기관들의 연구 결과까지 40여년치 자료를 집대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사 지역은 남한의 DMZ 구역(군사분계선 이남 2㎞)을 포함해 DMZ~민간인 통제선(CCL) 이북 지역 1,557㎢이다. 이는 남한 영토(9만9,720㎢)의 약 1.6%에 해당한다. 조사 결과 해당 지역에는 식물(1,854종) 포유류(43종) 조류(266종) 양서류 및 파충류(34종) 육상곤충(2,189종) 담수어류(136종) 강바닥에 사는 무척추동물인 저서무척추동물(351종) 7개 분야에 걸쳐 모두 4,873종의 야생 동식물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반도에 서식하는 전체 생물종(2만4,325종)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산양과 반달가슴곰, 수달, 붉은박쥐 등을 비롯해 모두 91개 멸종위기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두루미와 사향노루 등은 DMZ에만 사는 동물이다. DMZ에 사는 멸종위기종 수는 한반도 전체 멸종위기종(246종)의 41%에 육박했다. 조류는 전체 위기종의 70%에 달하는 43종이 집중돼 있었다.
DMZ의 생물 다양성이 이처럼 풍부한 건 기본적으로 이 일대가 군사 지역으로 지정된 탓에 일반인의 출입이나 개발이 제한돼 안정적인 서식공간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선미 국립생태원 연구원은 “DMZ에는 지뢰가 매설된 곳이 많아 이동이나 접근에 한계가 있어 발견된 생물종은 조류나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가 주를 이뤘다”라며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깊숙한 곳에 사는 식물이나 곤충 등을 감안하면 실제 사는 동식물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종원 환경부 자연정책과장은 “DMZ는 전쟁으로 생태계가 초토화했지만 전후에는 군사 지역이어서 자연이 오롯이 보존된 특수성이 있다”라며 “이번 조사 결과는 한반도가 통일됐을 때 DMZ 보전 정책의 초석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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