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을 품었다. 정지선(44ㆍ사진) 회장이 주도한 이번 인수로 현대백화점그룹은 단숨에 패션 업계 4위로 올라서며 패션 명가로 도약하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한섬은 8일 SK네트웍스와 패션사업 부문 전체에 대한 영업 양수도 계약을 맺었다. 양수도 금액은 3,261억원으로, 최종 가액은 실사 등을 거쳐 확정된다. 양수 예정 일자는 내년 2월 28일이다.
올해 7,500억원 매출이 예상되는 한섬에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이 합쳐지면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부문 연 매출은 1조3,5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된다. 순위도 현재 패션업계 14위에서 이랜드그룹, 삼성물산 패션부문, LF에 이은 4위로 수직 상승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까지 추월한다.
이번 인수는 패션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는 정 회장의 전략과 전폭적 지원 아래 진행됐다. 정 회장은 이미 2012년 한섬을 인수해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2013년 4,708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한섬은 전체 패션 업계가 위축되는 상황에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보유한 백화점, 홈쇼핑, 아울렛 등 유통 채널에 입점한 덕이 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사업과 패션사업의 동반 상승(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타임, 마인, 시스템, SJSJ 등 여성복 브랜드에 강점을 갖고 있는 한섬과 수입 의류 부문에 특화한 SK네트웍스의 역량을 합쳐 장기적으로 국내 최고의 패션 기업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SK네트웍스는 타미힐피거, 캘빈클라인, DKNY, 클럽모나코 등 수입 브랜드와 오브제, 오즈세컨, 루즈앤라운지 등 자체 브랜드를 합쳐 총 12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SK네트웍스 직원들의 고용도 모두 보장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다각화한 유통채널과 한섬을 성공시킨 경험, 우수한 고객 관계와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했다”며 “앞으로 패션사업에서 거둔 성과를 지속적으로 재투자하는 등 패션사업 부문 육성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공격적 경영 행보도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2020년 서울 여의도 ‘파크원’에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꾸리기로 하는 등 신규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이달로 예정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에도 출사표를 낸 상태다. 내년 상반기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에, 2019년엔 동탄 1신도시에 도심형 아울렛도 선보인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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