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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사장의 교훈…수뇌부 실종된 kt

입력
2016.12.0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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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을 교체하며 새 출발을 선언했던 10구단 kt의 스토브리그가 조용하다 못해 을씨년스럽다. 김진욱 신임 감독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문을 열기 전 “구단에 선발투수와 코너 내야수(1ㆍ3루수) 영입을 요청했다”며 한껏 기대를 나타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kt가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일찌감치 추파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던 우규민은 65억원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그에 앞서 삼성과 27억원에 계약한 이원석 역시 kt가 먼저 접촉했지만 한 관계자는 “kt가 부끄러운 수준의 액수를 제시해 이원석이 다소 황당해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팀 내 FA인 이진영과는 한 달 동안 세 차례 만났지만 액수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kt의 겨울이 꽁꽁 얼어 붙은 건 최근 급작스럽게 사임한 김준교 전 사장의 퇴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사장은 지난 10월 김진욱 감독을 선임하면서 전폭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김 감독도 “사장님의 마인드를 보고 함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프런트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김 사장이 부임 9개월 만에 돌연 사표를 냈다. 이렇다 할 배경 설명도 없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김 사장의 거취에 대해 kt는 건강상의 이유라고 밝혔지만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은 모기업의 상황과 맞물려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월29일 kt 스포츠단 사장에 임명됐다. 시각 디자인 전문가로 중앙대 부총장이던 그는 스포츠와 무관할뿐더러 인사철도 아닌 시점에서 갑자기 스포츠단을 맡았다. 신생팀의 기틀을 잘 꾸렸다는 평을 받았던 김영수 전 사장의 갑작스러운 퇴진(본보 2월11일 보도) 직후였다. 김 사장의 선임에 대해 kt는 “중앙대에서 농구ㆍ야구단 육성을 맡았던 적이 있고, 디자인과 스포츠를 결합해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지만 당시 “문체부 실력자가 개입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시즌 개막을 불과 한달 앞두고 취임한 김 사장은 재임 중에도 특정 팬클럽과 유착 의혹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흥미를 잃어 홈 경기 도중 집무실로 들어가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등 야구에 무관심한 행보가 외부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최순실 일가와 연루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단장 비롯해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전공이 비슷하고, 학계에서 인연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 사장은 구단을 통해 “김 전 장관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그는 사표를 낸 사실이 알려진 뒤 휴대전화를 끄고 외부와 단절했다. 그런데 김 사장에 대해 최근 불거진 또 다른 의혹은 그의 배경이 김종덕 전 장관이 아니라 ‘체육 대통령’으로 군림한 김종 전 문체부 차관과 직접적인 연결 고리라는 것이다. 김 사장의 측근 관계자는 “중앙대 교수 시절 김 전 차관과 친분이 있던 한양대 출신의 동료 교수가 김 사장을 소개해준 것으로 안다. 김 사장이 김종덕 전 장관과 관계를 부인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의구심만 남기고 퇴진한 사장 공백 속에 임종택 kt단장은 농구단장에서 갓 이동한 초보로 사실상 kt야구단의 수뇌부가 실종된 셈이다. 경쟁구단이 내년 농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 kt는 낙하산 사장 후폭풍으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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