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처리에 불만을 품고 국회 담장 인근 잔디밭에 불을 지른 7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공용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김모(73)씨의 구속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5일 오후 10시20분쯤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과 남문 사이 담장 안쪽 1m 지점 두 군데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담장 바깥에서 잔디밭 쪽으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휴지를 위장약 병에 넣은 뒤 던져 불을 냈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약 16.5㎡ 면적의 잔디가 불에 탔다.
조사 결과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은 전과가 있는 김씨는 최순실씨가 자신보다 더 큰 죄를 저질렀는데도 당국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 강릉에 살던 김씨는 애초 3일 저녁 상경해 대검찰청에 불을 지르려 했으나 경비가 삼엄한 것을 보고 이를 포기했다. 대신 그는 4일부터 국회 정문 바로 건너편에서 엿을 팔면서 ‘이 나라가 국회의원만의 나라냐?’ 등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1인 시위를 했고 다음날 불을 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주요 국가기관에 불을 지르면 파장이 클 것이라 생각해 강남구 셀프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미리 준비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했다”며 “김씨가 특별히 소속된 단체나 공범은 없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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