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대행 직무범위 명시 규정 없어
2004년 고건은 최소범위 행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다가오면서 총리실도 탄핵 이후 황교안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대비해 실무적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고건 권한대행 체제를 참고해 권한 대행의 국정운영 방식과 권한 행사 범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9일 국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국회의장은 헌법재판소와 박 대통령에게 ‘국회 탄핵소추의결서’를 전달한다. 박 대통령이 이를 통보 받으면 그 즉시 대통령으로서의 신분만 유지되고 모든 직무는 정지된다. 동시에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로 지위가 바뀌며 대통령 권한을 이양 받게 된다.
권한 대행체제가 출범하면 황 총리는 대통령 비서실로부터 업무를 보고 받고 국무회의도 직접 주재하게 된다. 의전과 경호 역시 대통령에 준하는 수준으로 격상된다. 다만 권한 대행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직접 주재할지 여부 등 구체적인 국정 운영 방식은 명확하게 규정된 게 없다. 총리실 관계자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각 부서별로 실무적 차원에서 준비는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공식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국정 운영 방식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관심은 황 총리가 권한대행이 될 경우 인사권을 비롯해 대통령 권한을 어디까지 행사할지 여부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구체적 직무 범위와 권능이 명시적으로 규정된 게 없어 학자에 따라서도 해석이 엇갈린다. 대통령의 권한대행인만큼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똑같이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선출직인 대통령직에 대한 업무대행이기 때문에 국정 마비를 막는 수준의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한대행을 했던 고건 전 총리는 후자에 가깝다. 고 전 총리는 권한대행을 맡자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안정적인 국정운영 의지를 밝힌 뒤 두달 가량의 대행 기간 동안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청와대 참모진을 지휘했지만, 그 외 권한 행사는 신중했다. 특히 인사권의 경우 차관급 인사만 제한적으로 단행했다.
권한대행 직함의 한계를 고려했을 때 황 총리도 고 전 총리처럼 제한된 범위에서 권한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앞선다. 다만 2004년 당시에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고 전 총리가 최대한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박 대통령의 경우 국정 복귀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황 총리가 국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현웅 전 법무장관이 지난달 사퇴한 뒤 공석인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인사를 시작으로 국정운영 재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장관급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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