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생산기지서 빠르게 변모
中 경기둔화 따른 전략 필요
미중 통상마찰 땐 이중 충격
中 대미 수출 10% 줄면
한국 수출 0.36% 감소
오랫동안 글로벌 공산품의 ‘중간생산기지’로 인식됐던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국 중국이 실제로는 우리 수출품을 자국 내에서 최종 소비하는 ‘최대 소비처’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미ㆍ중 무역관계 악화에 따른 충격도 우려되지만, 더 큰 파괴력을 지닌 중국의 경기둔화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 대중국 수출의 최종 귀착지 분해 및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품 가운데 최종적으로 중국에서 소비된 제품 비중은 전체의 4분의3인 75.1%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 해 우리 수출은 중국에서 곧장 소비되는 최종재(31.3%)보다 추가 가공을 거치는 중간재(68.7%) 비중이 2배 이상 높았지만 중간재 가운데 무려 43.8%포인트 만큼이 최종적으로는 중국 내에서 소비됐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내 가공을 거쳐 미국, 유럽, 일본 등 중국 외 국가로 재수출된 비중(24.9%포인트)은 이보다 훨씬 작았다.
이처럼 중국을 ‘최종 귀착지’로 하는 수출 비중은 2009년(64.0%)보다 훨씬 높아졌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최종재 수출 비중(2009년 16.4→2014년 31.3%)이 크게 높아진데다, 가공 후 중국 이외 국가로 수출되는 제품 비중(36.0→24.9%)은 크게 낮아졌기 때문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중국이 갈수록 ‘세계의 공장’뿐 아니라 ‘세계의 시장’으로도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를 작성한 권태현 한은 투입산출팀장은 “대중 무역에서 중국 내수시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그만큼 중국의 경기악화에 따른 충격이 클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향후 미ㆍ중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 우리는 이중의 충격을 감수해야 한다. 보고서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어들 경우 우리나라의 총수출은 0.36%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우선 중국 내 중간재 수요 감소로 우리의 중간재 수출이 0.25% 감소하고, 중국 경기 둔화 여파로 중국을 최종 귀착지로 하는 최종재 수출 등도 0.11% 줄어든다는 것이다. 산업별로는 국내 주력 산업군인 전자ㆍ반도체와 석유화학이 각각 수출 감소분의 34%, 1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중국 경기 악화에 따른 우리 수출 악영향을 우려했다. KDI는 “최근 중국 경제는 수출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가 완만하게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향후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돼 중국경제 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면 대중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의 성장률도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기업이 대체할 수 없는 고부가가치 중간재를 개발하는 한편, 화장품ㆍ의약품 등 생활과 밀접한 소비재의 현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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