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옷 100벌, 가방 30~40개 제작도
고영태ㆍ차은택 “崔가 권력서열 1위” 동의
“崔, 세월호 상징 노란색 좋아하지 않아”
崔씨 비위 언론 제보… ‘판도라 상자’ 열어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던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7일 최씨와 멀어진 경위에 대해 “제게 (최씨의 딸인) 정유라의 강아지를 잠깐 맡아달라고 하면서 싸우게 됐다”고 말했다.
고 전 이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두 사람이 싸워 양측이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에게 각각 전화했다고 하는데 어떤 상황이었느냐”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청문회 정회 때 기자들을 만나 “최씨가 맡긴 개를 찾으러 왔으나, 골프를 치느라 연락을 못 받았으며, 개를 집에 놔 두고 밖에 나간 문제로 최씨와 싸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씨와 사이가 멀어진 후인 2015년 초 언론에 최씨의 비위를 제보한 사실도 털어놨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내몬 최순실 게이트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자신이 열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고 전 이사는 또 “최씨가 2년 전부터 모욕적인 말을 하고, 밑의 직원들에게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행위를 많이 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최순실씨가 우리나라 권력서열 1위라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 (2014년 12월) 정윤회 문건이 터지고 나서 다른 기사나 정보들을 취합했을 때… “라고 말했다. 차 전 단장도 같은 질문에 “최씨와 대통령이 거의 같은 급의 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동의했다. 그는 “박근혜ㆍ최순실 공동정권이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최근에 와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고 전 이사는 “최씨가 2년 안에 통일이 된다는 말을 자주 했느냐”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통일이 될 것도 같다는 말을 한 번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통일 대박이란 말도 썼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말은 안 썼다”고 답했다.
그는 “최씨의 측근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더블루케이의 직원으로 있었지 측근이라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답했고, “최씨와 남녀 사이였느냐”는 질문에는 “절대 그런 관계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최씨가 프로포폴 등 약물중독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약물중독이라기보다는 같은 말을 또 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고 전 이사는 100벌 가까운 옷과 30~40개의 가방을 만들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누가 (옷을 청와대로) 가져갔느냐”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는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라든지, 최씨가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입 비용은 모두 최씨로부터 직접 받았는데, 도매가로 오스트리치(타조) 가방이 120만원, 악어 가방은 280만원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에서는 옷과 가방에 단 한 푼도 지출한 사실이 없다”며 “이 사실로 보더라도 사인(私人)인 최씨가 결국 대통령에게 (옷과 가방의 도매가인) 4,500만원에 가까운 뇌물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 전 이사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최씨의 반응은 어떠했느냐”는 손 의원의 질문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리본 색깔인) 노란색만 봐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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