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일가 중 유일하게 출석
“이모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제안…만들라는 지시 거스를 수 없었다”
“문체부 6억ㆍ삼성전자 16억원 지원”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0ㆍ구속 기소)씨의 조카 장시호(구속)씨는 7일 자신이 운영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에 대해 “최순실 이모의 아이디어”라고 책임을 돌렸다. 장씨는 최씨 일가 중 유일하게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장씨는 이날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 ‘특혜성 지원’ 논란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해 “이모님(최순실)이 만들라고 해서 지원서와 계획서를 만들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냈다”고 말했다. 아무런 직책 없이 민간인 신분으로 센터를 운영해 온 장씨는 “저는 최씨가 지시를 하면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이모인데 다가 거스를 수는 없었다”고 했다.
장씨는 당초 건강 상의 이유로 불출석을 통보했으나, 동행명령장이 발부되자 오후 늦게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안경과 마스크를 쓴 채 증인석에 선 장씨는 끝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문화부로부터 6억원, 삼성전자에서 16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사실은 시인했으나, 자금횡령 의혹이나 김 전 차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검찰조사 과정에서 다 말씀 드렸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장씨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이 되기 전 제 결혼식 때 한 번 뵀고, 그 뒤로는 뵌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장씨에게 줬다고 알려진 공진단에 대해서도 최씨가 지어준 것이라며 “그걸 제가 씹어먹지 못해서 이모가 지어다 주시면 그냥 친구들에게 주곤 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입학 관련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에는 “아무도 도와준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장시호 저격수’로 활동해온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씨의 대면도 눈길을 모았다. 장씨는 안 의원이 “제가 미우시죠”라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 “네”라고 답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엄숙한 청문회장에 잠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안 의원이 “개인적으론 미워하지 말라. 이모를 잘못 만난 벌”이라고 말하자, 장씨는 “꼭 뵙고 싶었다”고 받아 쳤다. 앞서 안 의원은 장씨가 최씨 일가의 ‘브레인’이라며 실세로 지목,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데 역할을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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