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임박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가 변수로 떠올랐다. 탄핵 찬성파인 새누리당 비박계가 야 3당이 발의한 탄핵안 내용 가운데 세월호 부실대응 부분을 삭제해 주도록 요청한 때문이다. 야권은 당초 협의 여지를 뒀지만 원안대로 가겠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부실대응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책임 정도가 그간에도 여야 간 논란이 됐지만 의원들의 탄핵 표결 가부 결정에 핵심적 판단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야 3당은 지난 2일 탄핵안을 발의하면서 국민의 생명권 보장이 담긴 헌법 10조를 들어 박 대통령의 세월호 부실대응이 헌법 위배라는 점을 명기했다. 참사 당시 박근혜정부의 위기 대응에 총체적 부실이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 행적이 상세히 드러나지 않은 점에 비춰 대통령의 직무 위반 여부를 당장 판단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책임이 분명하더라도 탄핵 사유에 부합하는지 또한 지금으로선 불확실하다.
이런 맥락에서 새누리당 비박계의 탄핵안 수정 요구는 타당성이 없지 않다. 이런 논란에 비춰 현실적인 면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비박계가 주축인 비상시국위원회 황영철 의원은 “세월호 부분이 포함되느냐에 따라 (탄핵) 찬반이 갈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발의안이 수정되면 훨씬 더 안정적으로 찬성 의원을 확보할 확장력이 있다”고 말했다. 탄핵 찬성파인 정병국 의원은 “논란의 소지로 인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시간만 끌 사안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야당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도 했다.
탄핵 가부에 대한 정치권 셈이 혼란스러우나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그리고 새누리당 비박계 다수와 일부 친박계를 포함해 가결 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 200명 이상)를 무난히 넘길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나 무기명인 탄핵안 표결 성격상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을 불허한다. 최순실씨 국정농단이라는 유례없는 헌정유린 사태에도 만에 하나 탄핵안이 부결된다면 민심의 분노와 정치ㆍ사회적 대혼란은 정치권조차 감당하기 어렵다.
야권은 민심의 눈치만 보기보다 가결에 중심을 두고 세월호 부실대응이 헌법재판소가 과거 밝힌 탄핵 요건에 해당되는지 살펴보고, 남은 기간 비박계 요구를 숙고해야 한다. 비박계를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도 대통령의 세월호 부실대응이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 논란이라 해도 총체적으로 판단돼야 할 탄핵의 반대나 기권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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