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하나원서 위탁받아 교육
올해 55명 수료 후 정착지로 떠나
中 출신 배려 중국어 정규 편성
전담교사ㆍ상담사 둔 특별학급도
북한 양강도 해산시에서 온 민수(13ㆍ가명)와 경기 안성시에서 태어난 은주(13ㆍ여)는 안성 삼죽초등학교 5학년 같은 반 친구다. 민수는 지난 8월 부모님을 따라 탈북, 베트남과 라오스를 거쳐 남한으로 와 지난달 16일 삼죽초에 입학했다. 스스럼없이 대하는 은주 등 남한 친구들의 다정함에 마음의 벽을 허문 민수는 요즘 학교 생활이 즐겁기만 하다. 7일 학교 강당에서 은주를 따라 학예발표회 연습을 하던 민수는 “남한 걸그룹 노래는 빠르고 신나 들으면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고 웃었다. 조형국(40) 교사는 “민수의 적응 속도가 워낙 빨라 초기 엿보였던 정서적 불안감도 사라졌다”고 했다.
분단의 현실을 뛰어넘어 남북한 아이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는 곳이 있다. 탈북자 정착지원기관인 ‘하나원’ 근처의 삼죽초다. 삼죽초는 2001년부터 하나원의 위탁을 받아 탈북 학생들을 위한 적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탈북 학생들은 부모가 하나원에서 사회적응교육을 받는 3개월간 이 학교에 다니다가 정착지로 이주한다. 지금은 전교생(72명)의 19%인 14명이 탈북 학생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탈북 학생 55명이 삼죽초를 수료했다.
통상 한 해 100명이 훌쩍 넘는 탈북 학생들이 삼죽초를 거쳐 갔으나 2011년12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만큼 북한이 체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탈북 학생들의 키나 몸무게 등 외모는 남한 학생들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조 교사는 “지난해에는 북한에서 노트북을 사용했던 아이도 있었다”며 “북한 엘리트, 고위층의 이탈이 늘어나긴 한 모양”이라고 했다.
삼죽초는 탈북 학생들을 위해 진로ㆍ환경ㆍ전통ㆍ경제ㆍ여가 등의 주제로 현장체험 학습을 매년 5,6차례 진행하는 등 다양한 ‘어울림’ 프로그램을 마련, 남한 사회ㆍ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또 전교생에게 도복을 지급해 전통무예인 ‘태권도’를 가르친다. 이금희(57) 교장은 “탈북 학생과 남한 학생들이 우리는 하나라는 소중한 가치를 배우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는 중국어 교실도 정규 수업으로 편성했다. 부모가 중국에 머무는 동안 태어나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남한 학생들 간 소통을 돕기 위한 배려다. 수업은 주 1회 진행되는데 남한 아이들이 중국어 실력을 쌓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탈북 학생들은 매일 오전 남한 학생들과 어울려 이런 교육과정을 모두 함께 한다. 국어, 수학 등 상대적으로 뒤처진 과목은 오후 특별학급 3곳에 학년별로 따로 모여 보충한다. 특별학급은 평양 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10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박금주(49ㆍ여)씨 등 교사 3명이 전담하고 있다. 박교사는 정부의 탈북교사 재교육기관 ‘NK교사 아카데미’를 수료해 남한에서도 교사가 됐다. 특별학급에는 탈북 학생들의 심리치료를 위한 전문 상담사도 있다.
이 교장은 “탈북 과정에서 상처 입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새로운 환경에 어려움 없이 적응하도록 돕고 있다”며 “남한 아이들이나 지역사회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한 민족의 구성원으로 이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글ㆍ사진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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