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일부 특허 침해로
제조물 전체 이익 배상 안 돼”
디자인 비중 재산정 공방 예상
미국 연방대법원이 6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낸 디자인 특허 관련 상고심 판결에서 대법관 8명 전원일치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로 삼성전자는 애플에 물어준 막대한 배상금을 돌려받을 길이 열렸다. 또 디자인 특허 일부를 침해해도 제품 전체 수익을 기준으로 배상금을 매겼던 관행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이번 상고심의 핵심 쟁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해 부과 받은 배상금 산정액 3억9,900만달러(약 4,435억원)가 타당한지 여부였다. 삼성전자가 침해한 애플의 특허는 검은 바탕화면에 아이콘 16개를 네 줄로 배치한 디자인 등 세 건이다.
앞서 1심과 2심에서는 삼성전자의 디자인 특허 침해가 제품의 일부분에만 해당되는 데도 전체 제품의 이익금이 기준으로 적용돼 거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미국의 현행 법령이 불합리하다며 지난해 12월 상고했고, 이날 대법원이 삼성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배상금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하급심은 배상금 규모를 다시 산정하는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애플에게 지급한 3억9,900만달러 중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전례가 없어 추정하기 쉽지 않지만, 재산정 하라는 결정이 나온 만큼 배상액이 줄어들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배상액이 절반가량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삼성전자가 침해한 세 개의 디자인 특허가 스마트폰 전체로 보면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이 세 특허가 전체 디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얼마로 매기느냐에 따라 배상액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삼성전자와 애플은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상고심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1894년 양탄자 디자인 특허 소송 이후 무려 122년 만에 다룬 디자인 특허 심리여서 화제를 모았다. 구글, 페이스북, 이베이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은 제조물의 일부에서 특허 침해가 발생했더라도 제조물 전체의 가치ㆍ이익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하도록 한 미국 특허법 289조가 한 기기 당 수십만개의 특허가 적용되는 디지털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고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미국 대법원이 이런 문제점을 사실상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앞으로 전개될 다른 디자인 특허 소송 결과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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