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예견하며 이목을 끌었던 유명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가 트럼프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또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무어는 지난 6일(현지시간) CNN 정치 평론가 반 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패배했지만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는 승리한 점을 언급하며 “우선 힐러리를 뽑았던 민주당원들은 미국인의 대다수가 트럼프를 그들의 대통령으로 원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뻐해도 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여러분의 동료 미국인들이 여러분과 뜻을 같이했다는 사실에서 약간의 위안을 찾자”고 말하며 실망한 민주당 지지자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지역으로 알려진 미 중서부 ‘러스트 벨트’(쇠퇴한 공업지대)에 속한 미시간 주에 살고 있는 무어는 러스트 벨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트럼프에게 걸고 있는 기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러스트 벨트 사람들은 트럼프를 그들의 인간 화염병처럼 여기며, (트럼프를) 던져서 시스템을 날려버리고 싶어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에 매료된 것은, 그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는 인식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고 그가 얼마나 빠르게 인식을 바꿀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며 “왜냐하면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가 그 자신조차 매일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무어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의 선택에 대해 회의감을 드러냈다. 그와 미국 중서부에서 함께 자라온 사람들이 트럼프에게 투표하게 된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비하하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는” 그를 왜 선택하고 싶어했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진행자 반 존스는 이것이 “상처받은 사람들의 외침”이라며 “벽에 맞선 사람들은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무어 역시 이에 공감하며 “많은 미국인들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통 받아 왔고, 정치인들이 그들을 돕지 못했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무어는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한 노동자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동료들이 트럼프를 선택했던 이유에 대해 “트럼프는 최근 그 어떤 정치인보다 우리를 위해 더 많은 것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이클 무어는 “트럼프는 그가 신봉하고 있는 ‘도널드 J. 트럼프’라는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어서, 그것에 대해서만 신경 쓸 것”이라며 “나는 그가 당신 같은 노동자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무어는 다큐멘터리 영화 ‘로저와 나’ ‘식코’와 ‘화씨 9.11’, ‘볼링 포 콜럼바인’ 등을 연출한 미국 문화계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인사다. 그동안 클린턴을 지지하며 트럼프 반대 운동에 앞장서왔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7월 ‘허핑턴포스트 US’에 기고한 ‘트럼프가 승리할 5가지 이유’로 트럼프 당선 이후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5가지 이유로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 벨트(쇠퇴한 공업지대)의 분노 ▲‘여성 대통령’의 출현을 반기지 않는 백인 남성의 저항 ▲신뢰도 없고 인기도 없는 힐러리 본인의 문제 ▲젊은 샌더스 지지자들의 기권 가능성 ▲‘제시 벤추라’ 효과(기존 정치 시스템엔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다는 유권자들이 유명 정치인이 아닌 제3자에게 투표하는 것)를 꼽았다. 클린턴을 지지하면서도 트럼프의 당선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는 그의 주장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회자되었다.
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