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개별 미팅 등 갖기로
재계 안팎선 싱크탱크 전환 검토
‘상의가 통합’‘해체’ 방안도 나와
내년 총회서 확정… 앞당겨질 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의 탈퇴 선언으로 존폐 위기를 맞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쇄신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회원 기업들의 의견 수렴 작업에 착수했다. 이달 중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식 간담회를 열거나 개별 미팅 등을 가질 예정이다. 여기서 취합된 의견이 전경련의 운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7일 이승철 부회장 주재로 본부장급 이상이 참석하는 긴급 임원 회의를 열어 향후 진로 등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나온 의원들의 전경련 해체 요구와 삼성 SK LG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탈퇴 선언 등이 다뤄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원 기업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회원사뿐 아니라 각계 각층의 의견을 들어 쇄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선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로 기능을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400억원 규모의 전경련 예산 절반 가량을 지원하는 4대 그룹이 탈퇴 의사를 시사한 만큼 위상 축소는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해체로 이어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문회에 출석한 신동빈(롯데) 허창수(GS) 김승연(한화) 조양호(한진) 회장은 전경련 해체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구본무 LG 회장은 “전경련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운영하고, 기업간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경우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과 통합해 순수 연구 단체로 거듭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130여명의 전경련 사무국 인원 상당수는 이미 연구ㆍ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 외 법정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경련의 기능과 인력을 흡수ㆍ통합하는 방안, 극단적인 해체 방안 등도 제기되고 있다. 어떤 방안이든 정권의 재계 수금 창구 기능은 사라져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전경련의 구체적 진로는 내년 1월 회장단 회의를 거쳐 2월 열리는 총회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개편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다만 주요 대기업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도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전경련 문제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다는 점은 변수다. 지난달 열릴 예정이었던 회장단 회의도 무산된 바 있다.
정치권의 해체 압박과 기업의 탈퇴 선언으로 전경련 사무국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날 일부 직원들은 미국 헤리티지 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해 어떤 곳인지 살펴보기도 했다. 한 전경련 직원은 “그동안 경제 관련 연구 등 전경련이 해온 순기능도 많은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마치 범죄집단으로 단정짓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과거엔 전경련 같은 조직이 필요했다”며 “그러나 정경유착에 대한 부작용이 큰 만큼 이제 간판을 내리고 연구기관으로 변신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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