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조융합사업은 국정기조인 문화융성, 창조경제에 관련됐을 뿐 아니라 국가브랜드에 관한 사업입니다. 이런 사업이 문제투성이라는 것은 한 국가의 정신을 난도질하는 일이라 봅니다.”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여명숙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 겸 게임물관리위원장은 7일 분노를 표시했다.
여 위원장은 정신문화와 관련됐다는 점에서 문화창조융합사업을 4대강 사업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30조원 대의 비용이 든 4대강 사업에 비하자면 1,300억원대의 문화창조융합 사업은 그 돈에 있어서는 아주 적지만 한 국가의 국가적 자부심이 달린 문제라는 점에서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여 위원장은 지난 4월 차은택 감독에 이어 문화창조융합본부장에 임명됐으나 갈등을 빚은 끝에 5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 위원장은 “형식적으로 사임이었으나 실질적으로 사직 명령이었으니 해임이었다”고 말했다. 해임 사유에 대해서는 자신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여 위원장은 “송성각 콘텐츠진흥원장이나 직원들 사이에서 ‘새로운 본부장이 점령군처럼 군다’ ‘불필요하게 영수증 달라 한다’ ‘해야 할 일 많은데 문제가 많다’는 말들이 있었다고 들었다”면서 “절차 없이 진행되는 일들에 대한 제 나름의 의견이 결국 다 무시되기도 했으니 반감을 갖거나 할까 봐 나가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 대해서도 “청와대, 문체부, 직원들 모두에게서 그 틀을 바꾸지 말라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고 이의를 제기할 때마다 같은 상황, 같은 문제에 대해 왜 자꾸 같은 질문을 반복하느냐는 반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본부장에서 물러난 차씨가 자신 없을 때 수시로 회의에 참석했다고도 했다. 여 위원장은 “증빙도 없고, 기획도 없고 사실상 청와대 수석에서부터 차은택까지 한 몸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차은택표 사업’에 대해서는 “합법적 시스템을 이용해 구조적으로 국고가 새어나가게 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황당한 경험도 있었다. 부실한 업무 처리를 견디다 못해 상급기관에 의지하려 했다. 여 위원장은 “소속기관이 어디냐니 문체부라고 해서 문체부에 보고하자 하니 파견만 나왔을 뿐 조직 도표상 우리 소속은 미래부라는 답을 들었고, 그럼 미래부에 보고하자 했더니 우리는 문체부라서 미래부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문제제기 때마다 이런 해괴한 동어반복만 계속됐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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