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6개 구단 가운데 순위가 밑에서 세 번째다. 하지만 모두가 ‘돌풍’이라고 입을 모은다. KGC인삼공사 얘기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시즌까지 두 시즌 연속 꼴찌의 불명예를 떠안았다. 2014~15, 2015~16시즌에 각각 30번 경기를 치러 8번, 7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그야말로 다른 팀들의 ‘밥’이다. 하지만 아직 올 시즌 절반도 치르지 않은 7일 현재 6승 5패(승점 17)를 거둬 지난해 전체 승리 수에 육박했다. 지난해 챔피언인 현대건설과 승점, 승패가 똑같지만 세트 득실률에서 뒤져 4위다. 그래서 인삼공사에게는‘돌풍’이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인삼공사의 올 시즌 초반은 초라했다. 1승 4패. 하지만 2라운드에서 4승 1패를 기록했고 3라운드 첫 경기인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전까지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해 3연승을 달렸다.
누구도 예상 못한 선전이다. 꼴찌가 이렇게 치고 올라가면서 여자부 순위는 요동치고 있다. GS칼텍스(5위), 한국도로공사(6위)는 각각 3연패, 8연패의 늪에 빠진 채 인삼공사를 올려다보고 있다.
인삼공사 돌풍의 중심에는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26ㆍ미국)가 있다. 그는 뜻하지 않게 굴러들어온 복덩이다. 그는 지난 시즌과 올 시즌 한국 프로배구 V리그 트라이아웃(외국인선수 합동 공개 선발)에 도전했지만 잇따라 낙방했다.
하지만 뜻밖의 기회가 왔다. 인삼공사의 선택을 받은 외국인 선수가 임신하는 바람에 알레나가 대체 선수로 한국 무대를 밟게 됐다. 그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득점 부문 2위(333득점), 공격 성공률 1위(45.03%)를 기록 중이다.
서남원 인삼공사 감독은 “난 (순위싸움)욕심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 예상 팀으로 주저 없이 IBK기업은행과 흥국생명, 현대건설을 꼽는다. 서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 삼아 가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원래 올 시즌에는 기죽지 않으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들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게임을 즐겨야 팬들도 재미있지 않겠냐”면서 “선수들에게 밝고 신나게 배구 하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인삼공사 선수들이 지금처럼 즐기는 배구를 하다 보면 플레이오프 진출도 결코 뜬구름잡기만은 아닐 수 있다. 인삼공사의 ‘돌풍’이 태풍으로 발전할지, 아니면 미풍으로 사그라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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