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온천 표지판을 놓고 때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 정부가 외국인관광객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 마크를 바꾸기로 검토하면서부터다.
7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전날 열린 안내표지 검토회의에서 온천표지판 변경안 등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당초 경제산업성은 일부 안내표지가 외국여행자가 볼 때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제표준과 다른 90종을 검토대상에 올려놓고 변경안을 준비해 왔다.
특히 논란이 된 표지판은 한국에서도 온천이나 목욕탕을 상징하는 이미지의 온천표지판이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이 보면 따뜻한 요리가 나오는 레스토랑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어른과 아이 3명이 욕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디자인을 새 온천 표시로 제시했다.
그러자 검토회의에서 온천업계가 일제히 반대목소리를 높였다. 회의에 참석한 오이타(大分)현, 군마(群馬)현 등의 업계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올림픽 이전까지 표지를 다 바꾸기 힘들다는 의견을 냈다. 오이타현여관업계 니시다 요이치(西田陽一) 회장은 “지금 쓰는 표지가 모든 역, 간판, 기념품 포장지에 사용되고 있다”며 “2020년까지 새것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3명이 욕탕에 함께 들어가있어 일본인들은 ‘남녀혼욕’을 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퍼질 수 있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론조사 결과와 상반되는 업계의 반대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의 대략 70%가 새 온천 표지가 이해하기 쉽다고 답하는 반면 일본인 60%정도는 지금도 알아보기 쉽다며 현행유지를 선호했다. 일본 정부는 전문가와 일반인, 여행객 등의 의견을 더 듣고 내년 3월 새 표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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