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 첫 금메달
톱 랭커들 대부분 불참했지만
경기력ㆍ자신감 빠르게 회복돼
내년 세계수영선수권 활약 기대
박태환(27)의 이름이 국제수영연맹(FINA) 홈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박태환은 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 WFCU 센터에서 열린 제13회 쇼트코스(25m)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첫날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34초59에 터치패드를 찍어 정상에 올랐다.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박태환이 처음이다. 그는 롱코스(50m) 세계선수권(2007년 멜버른)과 올림픽(2008년 베이징)에 이어 쇼트코스 세계선수권까지 모두 정상에 오른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규격 50m의 절반인 25m 길이의 경기장에서 2년마다 치러지는 대회다. 25m마다 턴을 하다 보니 탄력을 더 받을 수 있고 물의 저항을 덜 받는 잠영 구간이 길다. 당연히 롱코스보다 기록이 좋다. 남자 자유형 400m 세계기록도 쇼트코스는 3분32초25로 롱코스(3분40초07)보다 8초 가까이 앞선다. 쇼트코스 성적만 놓고 박태환이 완벽히 부활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번 대회에도 세계 톱 랭커들은 대부분 출전하지 않았다.
반가운 건 우승이 아니라 박태환의 경기력이 최근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수영의 최고 스타였던 그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FINA의 징계를 받으며 내리막을 걸었다. 지난 3월 징계에서 풀렸지만 대한체육회의 규정에 묶여 리우올림픽 출전여부를 놓고 대회 직전까지 가슴을 졸였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서 승소해 우여곡절 끝에 리우 무대를 밟았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훈련량 부족과 스트레스 탓인지 자유형 400m와 200m에 이어 100 m에서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레이스 내내 답답했다. 터치패드를 찍고 기록을 보기가 두려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를 예상했지만 박태환은 명예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올림픽에서 돌아온 뒤 조용히 전지훈련지인 호주로 날아가 구슬땀을 흘렸고 결실을 보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전국체육대회 자유형 400m에서는 3분43초68을 찍었다. 가브리엘 데티(22ㆍ이탈리아)가 리우올림픽 동메달을 딸 때 기록(3분43초49)과 큰 차이가 없다. 비록 정상급 선수들이 빠진 대회이기는 해도 11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박태환은 자유형 100mㆍ200mㆍ400mㆍ1,500m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최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지난 5월 박태환에게 리우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 수사까지 시작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됐지만 그는 호주에서 훈련에만 집중했다. FINA는 이날 박태환의 우승 소식을 전하며 “박태환이 리우올림픽에서 부진했지만 점점 더 세계 최고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환의 진짜 목표는 내년 7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롱코스)이다. 리우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 맥 호튼(20ㆍ호주)이나 오랜 라이벌 중국의 쑨양(25)과 벌일 진검 승부다.
한편, 박태환은 8일 이번 대회 자유형 200m에서 두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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