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KEB하나은행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 시즌 여자프로농구(WKBL)를 뒤흔든 첼시 리(27)의 입단 서류 조작 파문으로 구단주와 감독이 나란히 옷을 벗었고, 외국인선수를 최하위로 지명하는 페널티를 받아 힘겨운 시즌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주전들의 줄 부상까지 겹쳐 1라운드를 전패로 마감했다.
그런데 반전이 시작됐다. 2라운드를 4승1패로 마치더니 3라운드 첫 경기도 승리하며 6일 현재 공동 2위까지 올라섰다. 환골탈태한 하나은행 상승세의 주역은 2년차 김지영(18)이다. 김지영은 최근 7경기에 중 4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맹활약 중이다. 지난 2월 인천 인성여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9순위로 하나은행에 입단할 때만 해도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신장도 171㎝에 불과해 가드 중에서도 단신이다. 지난 시즌에는 4경기에만 나가 평균 1분40초를 뛰는 데 그쳤다. 올 시즌에도 김지영은 벤치 멤버로 시작했다. 하지만 십자인대 파열 부상 후 재활 중인 주전 가드 신지현(21)의 공백에 김이슬(22)마저 부상으로 이탈해 긴급 수혈됐다.
꾸준한 출전 기회를 부여 받은 김지영은 서서히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4일 구리 KDB생명전에서 팀 내 최다인 16점을 올려 이환우 감독대행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여자선수답지 않은 현란한 기술도 연일 회자되고 있다. 당시 경기에서 이경은(29ㆍKDB생명)을 앞에 두고 과감한 돌파에 이은 더블 클러치(공중에 몸이 뜬 상태에서 한 번 더 슛하는 동작)를 성공해 탄성을 자아냈다. 비결은 역시 경기 감각과 자신감이다. 김지영은 “처음 프로에 와서는 이런 플레이를 해도 될지 고민이 많아 소극적으로 했지만 경기에 나가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볼 다루는 능력이 좋은 선수다. 그 동안 장점을 몸 안에 가둬 놓고 있어서 비시즌 동안 이를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김지영은 현재 평균 23분44초를 뛰며 6득점, 2.2어시스트, 0.9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신인왕 기준에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지영은 올 시즌에도 자격을 유지한다. 입단 때부터 화제를 모았던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18ㆍ청주 KB국민은행)가 부상으로 아직 데뷔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김지영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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