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단계부터 심사 강화
전국 첫 평가인증제 도입
유사ㆍ영세 시설 사전 차단
제주에서 서로 비슷하거나 영세한 박물관ㆍ미술관 설립이 어려워진다. 현재 제주는 ‘박물관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사립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난립하면서 업체간 과당경쟁은 물론 서로 유사하거나 질 낮은 전시 등으로 제주관광의 이미지를 흐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주도는 사립 박물관 및 미술관의 건전한 육성과 공공서비스 기능을 확대하기 위한 ‘박물관ㆍ미술관 설립계획 승인 및 등록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제주지역 박물관ㆍ미술관들이 사실상 사설관광지 역할을 하면서 지나치게 상업성을 띠거나 업체 영세성, 시설간의 유사성 문제 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에 설립단계부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침은 설립단계에서 각각의 시설별로 충족해야 하는 설립 기준 외에 정성평가를 실시해 기존 시설과의 유사성이 인정되면 설립계획을 보완하거나 승인 신청 철회를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설립계획 심의 및 등록 심의 과정에서 3회 이상 보완 요청을 받은 경우 2년 이내에 재심의 요청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뚜렷한 이유 없이 장기 휴관하는 시설은 2차례 개관 요청 후 불응할 때는 등록 취소 절차를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도는 이번 지침과 병행해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사립박물관ㆍ미술관에 대한 평가 인증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도는 평가인증 참여시설 31곳에 대해 서면 평가와 현장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오는 30일 이전에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도는 앞서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휴관 중인 시설 11곳에 대해 운영 상황을 점검했다. 이 중 5곳에 대해서는 정상운영을 하도록 했고, 6곳에 대해서는 시정권고 후 대응이 부실한 경우 등록 취소 절차 이행 등 적절한 조치를 이행키로 했다.
현재 제주지역에는 박물관 63곳과 미술관 20곳 등 모두 83곳(국공립 17곳ㆍ사립 66곳)이 등록되어 있고, 미등록 박물관과 미술관 80여 곳까지 합치면 160여 곳에 이른다. 이는 등록 박물관ㆍ미술관 기준으로 도민 8,000명당 1곳이 운영되는 셈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5만명당 1곳, 우리나라 5만3,000명당 1곳과 비교하면 제주가 ‘박물관 천국’이라고 불리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문제는 전체의 80%에 달하는 사립 박물관ㆍ미술관 상당수가 과당경쟁으로 인해 여행사들과 연계한 입장료를 헐값에 판매하거나 다른 곳에서 전시되어 있는 전시품을 모방한 ‘짝퉁 박물관’이 성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또 학예사 등 전문인력의 부족, 자금력 부족 등에 따른 영세화, 시설 노후화 등에 따른 질 낮은 전시로 관광객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
도 관계자는 “앞으로 설립계획 및 등록 심의 강화, 2년 주기의 평가인증제 시행, 프로그램 운영 및 홍보책자 발간 지원 사업, 공공서비스 기능 확대를 위한 운영 상황 점검 등을 통해 지속적인 박물관ㆍ미술관 진흥정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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