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삼성전자와 애플과의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 침해 관련 최종심에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이미 애플에 건넨 거액의 배상금 중 일부를 돌려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 연방대법원이 디자인 특허를 심리한 것은 122년만이다.
7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6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낸 디자인 특허 관련 상고심 판결에서 대법관 8명 전원일치로 삼성전자의 주장을 수용했다. 상고심의 핵심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 3건을 침해해 부과 받은 배상금 산정액 3억9,900만 달러(약 4,435억 원)가 타당한지를 가리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배상금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하급심은 삼성전자의 배상금 규모를 재산정하는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지난 2011년 시작된 애플과의 특허 소송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삼성전자는 침해된 디자인 특허가 제품의 일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전체 제품의 이익을 기준으로 손해 배상액을 산정하도록 한 현행 미 법령이 불합리하다며 지난해 12월 상고했다.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 하더라도 해당 부분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체 가치의 1% 안팎에 불과한데 이익의 100%를 기준으로 배상액을 정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게 상고 신청의 취지였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3월 이 상고 허가 신청을 받아 들였다. 미국에서 디자인 특허에 관한 상고심이 인용된 것은 지난 1894년 양탄자 디자인 특허 소송 이후 12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어서 삼성전자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통상 미 대법원은 매년 7,000여 건의 상고 허가 신청을 접수하는데, 불과 1%(70여 건)만 인용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하기 때문이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 10월 구두심리를 진행했고, 두 달 만에 최종 선고를 내렸다.
이에 앞서 애플은 2011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등 20여개 제품이 아이폰 고유의 외관 디자인(트레이드 드레스)과 ‘핀치 투 줌’(손가락을 대고 오므리거나 벌려서 화면 속 대상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 기능 등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애플의 주장을 수용, 삼성전자에 9억3,000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트레이드 드레스 부분의 특허는 기각한 뒤 배상액을 절반에 가까운 5억4,800만달러로 줄였다. 삼성전자는 일단 지난해 12월 애플에 이 배상액을 모두 지급했다.
이번 상고심에서는 검은 바탕화면에 아이콘 16개를 네 줄로 배치한 디자인 등 애플 디자인 특허 3건만을 다뤘다. 이에 해당하는 배상액이 3억9,900만달러다. 삼성전자는 나머지 1억4,900만달러에 해당하는 기능 관련 특허에 대해서는 상고를 신청하지 않았다.
미 대법원이 결국 삼성전자의 손을 들여주면서 삼성전자는 3억9,900만달러의 배상금 가운데 상당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디자인 특허 침해가 해당 부품에 대한 침해인지, 아니면 제품 전체에 대한 침해인지를 다시 한 번 하급심에서 보라는 것”이라며 “애플의 주장보다 우리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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