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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태술“골보다 어시스트에 희열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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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태술“골보다 어시스트에 희열 느껴요”

입력
2016.12.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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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김태술이 6일 서울 개포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프로농구 서울 삼성의 김태술이 6일 서울 개포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수리수리 마수리.’

마치 프로농구 코트에 마법을 부린 것 같다. 급이 다른 현란한 패스는 함께 뛰는 선수들도 놀라고 지켜 보는 팬들은 더 놀란다. 이게 바로 강동희-이상민-김승현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6년 주기설의 천재 가드 DNA’다.

‘매직키드’ 김태술(32ㆍ서울 삼성)이 되살아났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전주 KCC에서 잠시 주춤했지만 올해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 화려한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김태술은 6일 서울 개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본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2년간 워낙 안 좋아 예전 모습을 찾자고 생각했는데 첫 단추를 잘 뀄다”며 “나도 신기할 정도로 경기를 할수록 연쇄적으로 좋았던 감각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술은 이날 현재 17경기에서 평균 10.2점 6.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2012~13시즌 10.6점 이후 네 시즌 만의 두 자리 수 득점이자 2008~09시즌 6.5개 이후 6개 이상의 어시스트다. 팀의 새로운 야전사령관을 맞은 삼성은 13승4패로 선두 고양 오리온(12승3패)과 승차 없는 2위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물음표가 느낌표로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삼성을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했다. KCC에서 ‘보여준 것이 없는’김태술에 대한 물음표 때문이다. 하지만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김태술은 새로운 동료들 틈으로 빠르게 녹아 들어 팀을 지휘했다.

그는 “스스로도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있었다”면서 “잘 달려주는 리카르도 라틀리프에 개인기가 좋은 (문)태영이 형, 슈터 (임)동섭이, 빅맨 (김)준일이까지 있어 가드에게 농구하기 좋은 선수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궁합이 잘 맞았고, 운도 좋았다”면서 “한편으로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KCC 관계자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크다”고 덧붙였다.

김태술은 KCC 시절 마음처럼 몸이 안 따라주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선수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코트에서 했을 때 살아있다고 느낀다”며 “KCC에서도 자신감은 많이 있었고, 패스 길도 잘 보였는데 몸이 받쳐주질 않았다. 희한하게 지금은 나도 ‘이 패스가 어떻게 갔지’라고 놀라는 패스를 하고, 시야도 넓어졌다. 골을 넣는 것보다 득점으로 연결되는 어시스트를 할 때 희열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천재 포인트가드 6년 주기설의 마지막 주자 김태술.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천재 포인트가드 6년 주기설의 마지막 주자 김태술.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정통 포인트가드 상징성으로 남겠다

최근 세계 농구는 경기 조율과 운영을 우선시하는 정통 포인트가드가 아닌 공격력을 바탕으로 한 듀얼 가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는 한국 농구도 마찬가지다. 얼마 남지 않은 정통 포인트가드의 길을 꿋꿋이 걷고 있는 김태술은 이런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나라는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가 뛰지 않는 이상 포인트가드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스 하나로 팀 분위기를 살릴 수 있고, 경기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득 김태술은 2007년 신인 시절을 떠올렸다. 시즌 전 삼성과 시범경기에서 현재 사령탑인 이상민 감독을 선수로 상대했다. 결과에 의미가 없는 경기였지만 이 한 경기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김태술은 “당시 맞대결에서 나는 20점을 넣었고, 감독님은 8~9개의 어시스트를 했는데 삼성이 이겼다”면서 “골을 많이 넣어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나와 달리 감독님은 패스 몇 개로 분위기가 더 좋아지고,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 때 ‘내가 농구를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고 돌이켜봤다.

그는 또한 천재 가드 6년 주기설의 마지막 주자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욕을 많이 먹었다”면서 “선배님들보다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포인트가드 계보를 잇는다는 자부심이 있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정통 포인트가드라는 상징성이 희석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하겠다”고 약속했다.

코트 위에서 단 한 명도 버릴 선수 없어

김태술은 코트 위에서 5명이 함께 뛰는 농구를 추구한다. 특정 선수에게 공이 쏠리는 것을 지양한다. 주전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식스맨이 뛰더라도 편견 없이 공을 배급한다. 그는 “코트에서는 단 한 명도 버리면 안 된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외면하면 그 선수는 뛸 이유가 없다”며 “궂은 일만 하게 두는 것이 아니라 뛸 이유를 만들어주고, 패턴을 바꿔 공을 한번이라도 더 잡을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공을 잡아야 몸이 굳지 않는다. 선수마다 각자의 비중을 실어주면 이게 바로 팀 플레이가 된다”고 밝혔다.

김태술의 머리 속은 늘 농구로 가득하다. 드라마보다 경기 영상을 돌려보는 걸 더 좋아한다. 영상 자료가 컴퓨터 파일이 아닌 비디오 테이프로 돼 있었더라면 테이프가 늘어날 정도로 돌려본다. 휴식일에 몸은 가만히 쉬고 있어도 머리는 경기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이를 두고 ‘직업병’이라고 하는 김태술은 “모든 답은 내가 뛰었던 경기 영상에 있다”면서 “영상을 보면 엉킨 실타래가 풀리는 기분이 든다. 한 경기를 8~10번 돌려보면 상황에 맞는 대응 방법이 머리 속에 박혀 실제 경기에서 몸으로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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