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화장품쟁이’로 외길
회사 두번 설립했지만 실패 쓴맛
고가ㆍ초저가 양분 시장서 틈새
주름개선ㆍ미백효과 추가로 히트
“5조원 규모 대륙평정후 세계로”
최근 모교 고대에 120억 쾌척
내년 1000억 장학ㆍ후원 사업도
‘마스크팩 하나로 연 매출 4,000억원 달성, 마스크팩 누적 판매량 7억장 돌파,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면 줄 서서 사가는 필수 아이템.’
국내 마스크팩 시장을 평정한 화장품 전문기업 엘앤피코스메틱과 이 회사가 만드는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엘앤피코스메틱은 지난 24년간 화장품 업계에 몸담아온 자칭 ‘화장품쟁이’ 권오섭 대표가 지난 2009년 설립한 회사다.
그러나 권 대표는 사실 ‘실패한 사업가’가 될 뻔 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화장품 회사를 두 번이나 설립했지만 결과가 모두 좋지 않았다. 돈도 바닥나고 주변의 사람들도 모두 떠났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마스크팩이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마스크팩이 1,000원에 3~4장씩 했다”며 “별다른 홍보를 안 해도 사람들이 선물용이나 판촉용으로 마스크팩을 사는 것을 보고 이거면 되겠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5,000만원으로 창립한 곳이 바로 엘앤피코스메틱이다.
권 대표는 자신이 만드는 마스크팩에 두 가지 차별점을 뒀다. 하나는 중저가 시장의 개척이다. 이전에는 너무 싸거나 너무 비싼 마스크팩 밖에 없었다. 권 대표는 제품의 질을 높이면서도 너무 비싸지 않은 중저가 마스크팩을 새롭게 내놨다. 또 다른 차별점은 기능성이다. 권 대표는 한 의료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미백과 주름 개선 등의 기능성을 정부로부터 인증받았다. 또 마스크 팩 포장지에 주사기나 링거 등을 표시해 얼굴 피부가 치료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적극 전달했다.
권 대표는 “1,000원에 3,4장씩 판매되던 걸 한 장에 2,000원, 3,000원으로 올린다고 하니 주변에서 미쳤다고 했다”며 “그러나 기능성을 인증받은 중간 가격대 마스크팩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밝혔다.
예감은 적중했다. 별다른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엘앤피코스메틱의 마스크팩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2009년 23억원을 기록했던 매출은 2013년 91억원, 2014년 570억, 지난해 1,888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매출은 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를 평정한 권 대표의 눈은 이미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마스크팩 사랑은 국내 면세점과 유통업체에서 충분히 확인된 상태다. 권 대표는 “5조원 규모인 중국 마스크팩 시장이 2020년에는 13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며 “중국 시장도 장악해 세계 10대 화장품 브랜드로 회사를 키우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 든 후 권 대표는 사회 공헌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모교인 고려대에 남몰래 120억원을 기부해 후배들이 공부할 건물(메디힐 지구환경관)도 짓고 있다. 권 대표는 내년에는 1,000억원으로 장학사업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재단도 설립할 계획이다. 그는“사회의 도움으로 성공한 만큼 그 성과를 다시 사회와 나눌 것”이라며 “회사가 잘 되는 것 보다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게 더 뿌듯하다”고 미소지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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