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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 총수들 모르쇠 벽 넘지 못한 국정농단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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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 총수들 모르쇠 벽 넘지 못한 국정농단 청문회

입력
2016.12.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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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회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가 9명의 대기업 총수들이 출석한 가운데 6일 진행됐다.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고,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수십억~수백억 원을 출연한 기업의 실질적 최고경영자들이다. 국회가 대외 신인도 하락 등을 무릅쓰고 한국 대표기업 총수들을 청문회장에 줄 세운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재단 출연 경위는 물론, 총수의 대통령 독대 등을 통해 기업들이 대가를 챙기지 않았는지를 반드시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총수들은 대체로 “청와대의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웠다”며 재단 출연의 강제성은 시인했지만, 대가성은 모두 부인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총수 중 한 명이라도 대가성이 인정될 만한 증언을 했다면 박 대통령의 미르ㆍK스포츠 재단 출연 모금 개입의 성격은 크게 바뀐다. 검찰이 두고 있는 혐의대로 박 대통령에겐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되고, 출연 기업들 역시 뇌물공여죄가 적용된다. 하지만 어떤 증인도 특별한 준비 없이 진행된 청문회에 나가 공연히 스스로 죄와 처벌을 자청하는 증언을 할 리는 없다. 이런 점에서 이번 청문회 역시 의원들은 호통과 개탄으로 생색내고, 증인들은 ‘모르쇠’로 일관해 온 기존 청문회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청문회 전부터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 찬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에 대한 삼성의 지원 대가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은 전반적으로 “합병 비율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식의 원론 수준을 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증인의 ‘어물쩍 답변’을 용인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면이나, 롯데그룹 면세점 민원을 둘러싼 정권과의 거래설에 관한 질문도 새로운 조사 없이 기존에 나온 추론만을 얼기설기 엮어 추궁하는 데 그쳤다. 증인들은 물론 관련 사실 자체를 모두 부인했다.

이날 청문회의 유일한 성과는 총수들의 증언을 통해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이 결코 자발적이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청와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게 기업하는 사람들 입장”이라고 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란 증언을 했다. 요컨대 정치권력과 기업 간의 부당한 유착, 곧 정경유착의 고리가 여전히 존재하고, 기업으로선 피해자가 되든 공모자가 되든 이를 넘어서기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이라는 고백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상당수 총수들이 이날 청문회에서 정경유착 고리를 단절하는 의지 표명 차원에서 전경련 탈퇴를 약속했다. 물론 폭넓은 사회ㆍ경제적 역할과 기능을 도외시한 채 전경련을 단순히 정경유착의 고리만으로 단정할 수 있는지, 회원사가 탈퇴하고 전경련이 해체되면 무조건 좋은지에 대해선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과정에서 기업에 대한 권력의 여전한 ‘갑질’과 거기에 부응한 기업의 부당한 ‘을질’이 확인된 것은 분명하다. 이번 청문회는 그런 구태와 완전히 결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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