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회상규에 위배” 벌금형
우유나 신문 배달을 위해 마련된 아파트 현관문 투입구에 손만 집어 넣어도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북부지법 형사4단독 박진영 판사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주모(56)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주씨는 올해 5월 박모(44ㆍ여)씨가 살고 있는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그는 박씨 동정을 엿보기 위해 휴대폰을 든 손을 현관문 우유 투입구에 집어 넣었다. 하지만 집 안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박씨는 주씨 손을 사진으로 찍어 경찰에 신고했다.
두 사람은 과거 같은 일을 하다가 알게 돼 20년 동안 가깝게 지냈으나 최근 돈 문제로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씨 때문에 금전적 손해를 본 박씨가 그를 피해 이사를 갔고, 연락이 끊기자 주씨는 주변을 수소문해 박씨 집을 찾아간 것이다. 주씨는 재판에서 “이전에 박씨 집 안에 넣어둔 편지가 잘 전달됐는지 확인하려 손을 넣은 것”이라며 법에 저촉되지 않은 정당행위임을 주장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주거침입죄는 주거 평온을 해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포함하는 만큼, 신체의 일부를 이용해 피해자의 주거 공간을 침범한 것은 두려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박씨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은 채 무작정 현관문 투입구에 손을 집어 넣은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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