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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멜로남' 김윤석 "사랑 연기 까다롭지만 매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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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멜로남' 김윤석 "사랑 연기 까다롭지만 매력적"

입력
2016.12.0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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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은 “30년 전으로 돌아가 저를 만난다고 해도 '너는 배우가 될 거다'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며 "괜한 자만심 때문에 엉뚱한 일을 하게 되면 안 되니까"라고 말했다. 최재명 인턴기자
김윤석은 “30년 전으로 돌아가 저를 만난다고 해도 '너는 배우가 될 거다'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며 "괜한 자만심 때문에 엉뚱한 일을 하게 되면 안 되니까"라고 말했다. 최재명 인턴기자

‘중년의 멜로남’이라고 해야겠다. 첫사랑의 여인을 잊지 못해 가슴을 움켜쥐고 사는 중년의 남자 말이다. 배우 김윤석(48)이 뒤늦게 멜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건 아마도 이루지 못한 첫사랑을 안고 살 것만 같은, 소년 같은 이미지가 숨어 있어서인가 보다. 20년을 간직한 사랑에 말 못하고 눈물을 보인(영화 ‘쎄시봉’) 그는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14일 개봉)에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마법 같은 기회를 30년 전 연인을 보기 위해 쓴다. 이쯤 되면 로맨티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6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윤석은 멜로 영화에 대해 “상당히 접근하기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상대 배우와 감정을 교류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의미였다. 그는 “로맨스가 들어가는 작품은 (배우들끼리)대결로 치면 한층 더 세밀해지는 작업”이라고 했다. 연기지만 서로에게 “교감을 해야”하고, “(연기하면서) 상처를 주거나 받지는 않을까”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했다. “연기하는 데 있어서 까다롭지만 매력적인 작업”이라는 게 김윤석의 설명이다.

그래서 멜로 영화는 대본이 들어와도 선뜻 손이 가기 어렵다고 했다. “자칫하면 사랑만 외치다 싱겁게 끝나버리는 게 아니라, 신파극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아”서다. 영화계에서도 시나리오가 웬만큼 탄탄하지 않으면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만들지 않는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 배우 입장에서 그만한 시나리오를 만나기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뛰어났어요. 더군다나 중년이 낀 멜로는 대부분 불륜으로 빠지기 쉬운데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죠. 한국영화에서 중년 멜로를 담백하게 그리는 게 쉽지 않잖아요.”

김윤석(왼쪽)과 변요한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현재와 과거에 사는 동일 인물 수현으로 각각 등장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윤석(왼쪽)과 변요한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서 현재와 과거에 사는 동일 인물 수현으로 각각 등장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홍지영 감독이 각색을 맡아 한국 정서에 맞게 원작 내용을 바꿨다. 의사인 수현(김윤석)은 캄보디아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중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하고, 그 소녀의 할아버지가 감사의 마음으로 내민 신비의 알약 10개를 받는다. 알약을 먹고 잠든 수현이 눈을 떴을 땐 30년 전 레지던트였던 젊은 수현(변요한)이 앞에 있다. 중년의 수현은 과거의 자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사랑했던 연아(채서린)를 떠올리며 그녀를 찾아간다. 영화는 사랑을 지키려는 미래의 수현과 미래는 자신이 정한다며 맞서는 과거의 수현이 충돌하며 긴장감을 빚어낸다. 그는 “미래의 수현과 과거의 수현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설정이 기존의 타임슬립 영화와 달라 흥미로웠다”고 했다.

그간 영화 ‘추격자’(2008)와 ‘황해’(2010)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등 폭력이 넘치고 험악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 출연해 센 역할들을 해내던 김윤석이었다. ‘쎄시봉’을 계기로 감성 어린 멜로까지 보여주는 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주변에서 목소리와 눈빛 얘기를 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얼마 안 남았죠, 뭐. 하하.”

최근 한 포털사이트에서 진행된 실시간 영화 토크쇼에서 비롯된 성희롱 발언 논란에 휩싸여 사과까지 한 그지만 실제로는 “여성성이 강한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제 위로 누님이 두 분 있고, 집에도 아내와 두 딸이 있어서 그런지 여자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할까요? 제가 보기보다 여성성이 강한 것도 멜로에 공감하는 마음이 커서일 겁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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