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9명 전경련 해체 찬반 거수 진풍경도
삼성, SK, LG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존폐 기로에 섰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해 정경유착 논란을 촉발시킨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던 상황에서 회원 기업들의 이탈이 현실화되면서 전경련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경련에서 탈퇴하겠다”고 말했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전경련 탈퇴 의사를 묻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의사는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 회원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연간 회비도 제일 많이 내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을 포함해 현대차, SK, LG 등 주요 재벌이 탈퇴하면 전경련 위상은 크게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전경련 연간 예산은 400억원 정도인데, 삼성 등 5대 그룹이 내는 회비가 약 200억원이다.
전경련은 1961년 5ㆍ16 군사 쿠데타 직후 이병철 삼성 창업주 주도로 설립된 ‘경제재건촉진회’가 전신이다. 1968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 전경련은 산업화 초기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지만, 계속된 ‘정경 유착’ 논란에 최근 해체론까지 제기됐었다.
실제 이날 청문회에서는 그룹 총수 9명이 전경련 해체 찬반을 묻는 질문에 손을 들어 답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민석 의원이 총수들에게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면 손을 들어달라”고 요청하자 한동안 아무도 손을 들지 않다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본무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몽구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 등 6명이 손을 들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끝까지 손을 들지 않아 전경련 해체에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특히 구본무 회장은 “전경련을 미국 헤리티지 재단처럼 싱크탱크로 운영하고, 재계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구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진행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경련이 1999년 LG반도체를 현대전자에 넘기는 빅딜 안을 내놓자, 서운함을 드러내며 이후 전경련에 발길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나온 의견과 회원사 생각을 반영해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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