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선거인단이 이달 19일 열리는 대선 선거인단 투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며 연이어 보이콧 선언을 하고 있다. 주별 선거인단 승자독식제로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 투표라는 간접선거로 대통령 당선을 최종 확정하는데 공화당 선거인단들조차 “트럼프가 대통령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며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주 공화당 선거인단에 포함된 크리스토퍼 서프런은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자신은) 그 동안 충성스러운 공화당원이었다”면서도 “이번 선거인단 투표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찍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텍사스주 공화당 선거인단 소속 아트 시스너로스는 선거인단에서 사임하겠다면서 트럼프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다.
서프런은 기고문에서 선거인단 투표에서 트럼프를 찍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미국이 위험에 처했을 때 트럼프는 분열만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프런은 9ㆍ11테러 사건 때 소방관으로 일했던 경험을 언급하면서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분명 결함이 많은 인물이었지만 그래도 미국을 하나로 묶어내 비극을 극복했다”며 “하지만 트럼프는 당시 (이슬람에 대한) 공포와 분노만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서프런은 특히 “트럼프가 개인사업과 정치 간 이해상충을 무시해 취임 첫해에 탄핵을 당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공화당 선거인단들 사이에서 트럼프에 대한 보이콧 선언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공화당 선거인단 중 37명이 ‘반란표’를 던지면 선거인단 투표에서 트럼프의 과반득표를 막아 대통령 당선 확정을 막을 수 있다”며 “트럼프 반대진영은 선거인단들의 반란표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화당 선거인단들이 설혹 선거인단 투표에서 결과를 뒤집더라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라는 대세에 지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NYT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트럼프가 과반을 얻지 못하면 하원에서 대선후보들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벌이게 된다”며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인데다 주별로 1표의 투표권만 주어지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결국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