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9명이 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오는 진풍경이 연출된 6일 청문회장 밖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총수들의 표정 하나,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백명의 기자들이 취재 경쟁을 벌인 것은 물론 기습 시위와 이를 저지하려는 몸싸움 등 크고 작은 소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들의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가 열린 이날 국회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정치부와 산업부 등 담당 기자 수백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취재진 사이로 각 기업 관계자와 시위대가 뒤섞여 서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청문회장 밖에서도 사실상의 주인공은 이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 시작을 30여분 앞둔 9시25분쯤 총수들 중 가장 먼저 국회에 도착했다.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은 “청문회에 어떤 각오로 임하겠느냐” 등 질문을 쏟아냈지만 이 부회장은 입을 굳게 닫은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른 총수들은 하나같이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국회 안으로 입장하는 이 부회장을 향해 한 노동자가 “삼성 이재용을 구속하라”는 팻말을 들고 기습 시위를 벌이다 제지 당하기도 했다.
뒤이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아들 정의선 부회장과 도착했을 때는 더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취재진 뒤편에 모여있던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정몽구도 공범이다”라고 크게 외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이를 두고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현대차 측 수행 경호원이 항의하는 시민을 폭행했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폭행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폭행했다면)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명했다.
청문회가 중단된 뒤 총수들이 청문회장을 빠져나갈 때도 소란이 빚어졌다. 총수들은 청문회장 앞에서 기다리던 직원과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일부는 엘리베이터를, 일부는 계단을 통해 1층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을 밀치는 등 과도한 의전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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