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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예산국회에 대한 세 가지 단상

입력
2016.12.0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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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조원의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최순실 정국으로 혼란이 큰 와중에도 국회에서 합의를 이뤄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2일 오전 합의하여 3일 새벽에 통과되었으므로 법정기한을 지킨 것으로 간주할 만하다고 본다. 그러나 예산증감 내역을 보니 많은 단상이 스친다.

매년 예산국회는 대체로 정부 제출 예산 규모의 1% 남짓을 삭감하고 대신 1% 내외를 증액한다. 감액 분야는 정치 상황에 따라 해마다 다르다. 해외자원개발이 삭감되는가 하면 소위 최순실 예산이 없어지기도 한다. 반면 증액 분야는 매년 비슷하다. 단연 교통 분야를 필두로 산업, 농수산 분야가 단골 증액된다. 지역구 의원의 주요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역구 의원 요구사항은 정부 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 이미 상당히 반영되어 있다. 의원들의 요구에 시달리는 부처 장관은 예산 사업을 흔히 A의원사업, B의원사업으로 부른다. 기획재정부가 막아 반영 안 된 예산이 국회 가서 부활하기도 한다. 이렇게 따낸 지역 예산은 국회의원에게 승전보다. 요즘 인터넷에서 ‘예산확보’를 검색하면 C의원이 D지역 예산을 확보했다는 지방신문 기사가 도배된다. 쪽지예산은 중앙지에선 비난받지만 지방지에선 지역구 의원이 계수조정소위 위원과 기재부를 접촉하며 노력한 미담이다. 중앙지가 최순실 예산 쪽지 파티를 우려할 때 지방신문에선 삭감되는 최순실 예산을 끌어올 전략을 기사화한다. 물론 지역을 중시하는 지방지의 논조는 당연하다. 또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위해 뛰는 점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예산에 국가적 우선순위 보다 유력 정치인의 지역구 이익이 중시된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

첫째, 기재부가 기초단체로 가는 예산에 대해 광역단체의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참고하면 어떨까. 예산 편성에 지방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의미도 있다. 각 부처에 예산편성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탑다운(top-down) 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외부에서 온 장관은 정보가 부족한 반면, 내부승진 장관은 실 국간 나눠 먹는 관행을 타파할 의지가 부족하다. 장관은 임기가 짧아 예산 성과로 평가받지 않으므로 사업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동기가 높지 않다. 반면 광역단체장은 득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동기가 분명하다. 이는 많은 주민이 반기는 사업을 우선한다는 의미다. 광역단체의 이러한 우선순위 의견은 수영장 건립 등 소수의 주민을 위한 사업을 막을 명분을 기재부에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광역단체의 역량이 함양되는 것은 부수입이다.

둘째, 국정감사의 시기를 옮기고 9월부터 바로 예산심의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의원 개개인이 기재부와 밀고 당기는 구조에서는 의원의 곶감 빼 먹는 행태를 막을 수 없다. 국회의 2단계 예산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먼저 정당 내에서 예산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야 하고, 이번에 보여 준 바와 같이 정당 간 협상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 지금까지 국회는 통상 30일 이내를 예산심의에 써 왔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셋째, 궁극적으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 의원의 예산 행태는 소선거구제의 결과물이다. 현재는 253명의 지역구 의원이 226개 기초단체를 대표한다.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의 시야를 벗어나 최소한 광역의 시야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나아가 광역단체를 통합하여 권역을 대광역화 할 경우 국회의원의 시야는 더 넓어질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앞으로 광역단체를 통합한 대광역을 단위로 지방분권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이러한 지방분권 방향과도 부합한다. 비례대표 선정절차의 투명성 제고 압력은 자연히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정당 간 경쟁과 협치를 촉진하여 작금의 국정혼란 사태를 미리 방지하는 효과까지 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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