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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 주역 데뷔…이제 스타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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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까기 인형’ 주역 데뷔…이제 스타 맞나요”

입력
2016.12.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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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역으로 선 최영규. 올해 초 이 작품 공연 직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역으로 선 최영규. 올해 초 이 작품 공연 직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12월은 국내 발레계에서 ‘호두까기 인형’ 시즌으로 불린다. 길어도 닷새면 공연이 끝나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호두까기 인형’은 이르면 11월말 지방을 시작으로 한달 내내 공연을 이어간다. 무용수들 사이에서는 이 작품 무대에 서는 걸 “호두 깐다”라고 따로 부를 정도다. 국립, 유니버설, 서울발레시어터 등 각 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로 자리잡으며 신인들의 주역 등용문 역할도 해왔다.

올해도 이 작품을 통해 국내 주역 데뷔를 앞둔 무용수들이 있다. 국립발레단의 막내 김희선(24),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최영규(25)다. 201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후 곧바로 네덜란드로 떠난 최영규는 이번 무대를 통해 국내 첫 전막 공연을 선보인다.

“중학생 시절이니까 2000년대 초반이었을 거예요. 호두까기 인형 부러뜨리는 프리츠 역할을 맡았는데 그때 클라라, 호두왕자가 황혜민, 엄재용 선배였죠.”

최영규는 3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땐 ‘나는 언제 저렇게 추나’ 생각했는데 같은 무대에 서게 됐다”며 “공연 생각만 해도 설렌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누나 따라” 발레를 시작했던 최영규는 2006년 불가리아 바르나 국제발레콩쿠르 남자 주니어 부문 은상, 2007년 비엔나 콩쿠르 주니어 1위 등을 차지하며 ‘발레 신동’으로 불렸다. 동양적인 얼굴, 아담한 키(180㎝) 등 신체조건은 튀지 않지만, 특출한 기량 때문에 그의 춤을 한 번 보면 팬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무용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올해 초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역 호두까기 왕자를 맡은 후 입단 4년 6개월 만에 수석무용수로 발탁됐다. 지난 1년 간의 변화로 “일단 파트너가 주역급으로 다 바뀌었다”며 “ 발레에서는 파트너링(여자 무용수 들어올리는 동작)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대 무용수가 바뀌면서 춤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발레리노 최영규.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발레리노 최영규.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최영규는 20, 21일 유니버설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에서 솔리스트 홍향기(27)와 커플로 나선다. 선화예중부터 한예종까지 10년간 호흡을 맞춘 사이로 대학 시절인 2009년 핀란드 헬싱키 발레 콩쿠르를 함께 준비했다가 출국 닷새 전 나란히 부상을 입으며 꿈을 접어야 했다. “저는 교통사고로 무릎 인대 파열, 발 골절을 입었는데, 신기하게 같은 시간 향기 누나는 연습하다 발을 접질렀어요. 우연이라면 재밌는 우연이죠.” 프로 데뷔 후 한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동료 무용수로서 홍향기에 대해 그는 “교과서처럼 정확하게 추기 때문에 파트너링 하기 편한 상대”라고 말했다. “‘호두까기 인형’은 지금까지 갈고 닦은 기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에요. 클래식 발레 특유의 우아한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070)7124-1737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으로 주역 데뷔하는 김희선. 군무보다 솔로 배역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인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으로 주역 데뷔하는 김희선. 군무보다 솔로 배역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인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국립발레단의 김희선은 최영규가 출전 포기했던 헬싱키 발레 콩쿠르에서 올해 여자 시니어 부문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 받았다. 한국인 최초였다. 지난달 28일 서초동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난 김희선은 “스스로 작은 키를 가릴 만한 테크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매일같이 연습한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상반기 전막 공연을 소화하고 따로 콩쿠르 준비를 했던 그는 요즘도 공연이 끝난 후 하루 두어 시간씩 따로 연습할 만큼 연습벌레다.

무용수로는 단신인 156㎝로 군무에서 튈 정도로 작지만 “전체적인 균형이 좋고, 특히 음악성이 탁월하다”(강수진 예술감독)는 평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현재 코르드발레(군무진) 단원으로 활동 중인 그가 올해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역을 맡은 건 다소 파격적인 대우다. 지난해는 1막 군무로 출연하는 ‘눈꽃송이’에 캐스팅됐다.

김희선은 “캐스팅됐다는 기대보다는 ‘전막 주역을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컸다”며 “얼마 전 지방 공연에서 1시간여로 축약한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역 해보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20일 박종석과 함께 주역으로 선다.

2006년부터 국립발레단에서 ‘호두왕자’를 맡았던 수석무용수 이영철이 과외 교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2인무 출 때 요령을 비롯해 인물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법 등 10년간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고 한다. 김희선은 “순수하고 어린 소녀의 모습을 아이의 시각으로 표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02)587-6181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으로 주역 데뷔하는 발레리나 김희선.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으로 주역 데뷔하는 발레리나 김희선.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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