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마음은 이미 충분히 드러났습니다. 더 이상 확인하려 하지 말아야 합니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국민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이 6일 호소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퇴진’을 촉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발표한 호소문에서 “대통령은 민심을 천심으로 여겨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작금의 상황에서 조건 없는 즉각 퇴진만이 대통령으로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길”이라고 말했다. 또 “나라 안의 사정이 매우 시급하고, 나라 밖의 정세가 매우 위태롭다”며 “한시라도 나라를 정비해서 안팎의 위기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승 스님은 이어 “민심을 바로 본다 하고도 바로 보지 못한 여야 정치인 또한 발로참회(發露懺悔)해야 한다”며 “여야에 거는 마지막 기대가 대통령 탄핵에 있는 만큼 당리당략에 따라 조변석개하지 말고 민심을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승 스님은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듯 수백만 국민들이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쓰는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며 “이런 외침이 혼란과 위기의 국가를 새롭게 일으키는 소중한 빛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조계종단이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박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9일 자승 스님이 ‘종교 지도자 면담’에 응한 것이 종교인 들러리 세우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대통령 면담에서 각계 민심을 충분히 전달했는데도, 촛불민심을 경청하는 태도를 볼 수 없어 종단 차원의 호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호소문에는 자승 스님을 비롯해 중앙종회의장 원행 스님, 호계원장 성타 스님, 교육원장 현응 스님, 포교원장 지홍 스님,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정념 스님(월정사 주지), 전국비구니회장 육문 스님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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