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일 간 국민의당을 이끌며 탄핵 정국을 돌파했던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5일 마지막으로 주재한 비상대책위원회에서“우리는 루비콘 강을 건넜고, 탄핵의 외길만 남았다”며 비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비상대책위원장직의 짐을 벗긴 했으나, 원내사령탑으로서 탄핵 열차의 종점을 코 앞에 두고 있어 여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자타공인 ‘정치 9단’으로 불리는 그지만, 탄핵 정국에서 비박계와의 협상을 이유로 탄핵 표결 연기를 주장하다 ‘새누리당 2중대’라는 낙인까지 찍히며 한바탕 홍역도 치렀다. 6만 통이 넘는 항의 문자에 정치 인생 처음으로 휴대 전화번호까지 바꾸는 굴욕을 겪었지만, 박 원내대표는 “옳은 일이라면, (방법이) 그르더라도 가야 한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박 원내대표 측은 “2일 표결 불가론’을 고수하며 버틴 것이 비박계가 선회할 시간과 명분을 줬다”면서 탄핵이 가결된다면 박 원내대표의 공이 빛을 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탄핵이 끝내 실패한다면 박 원내대표가 받을 정치적 타격도 엄청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그는 이날 “탄핵열차의 빈칸은 아직도 많다. 새누리당 친박 비박 가릴 것 없이 동승하라”며 강경모드로 전환해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이처럼 유화적 협상과 강경 돌파를 넘나드는 ‘박지원 표’ 정치가 있었기에 38석의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라는 양대 정당에 밀리지 않고 캐스팅 보트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사실상 박지원 원맨쇼로 운영됐다”는 비판과 불만도 적지 않다.
국민의당은 이날 김동철 신임 비대위원장을 추대했지만, 당장 내년 1월 15일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어 ‘김동철 비대위’는 전당대회 관리위 성격으로 운영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 원내대표도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예고한 상태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지원 체제 이후가 문제다”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의 관계 회복, 안철수 전 대표 측과 박 원내 대표간 갈등 봉합 등의 숙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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