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대통령 결정에 달려”
“2선 후퇴 조기 퇴진 밝혀도
탄핵 막기엔 늦어 관망”분석도
청와대는 5일 불안한 적막에 잠겼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에서 홀로 정국 구상에 몰두했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조사에 참석하느라 종일 자리를 비웠다.
박 대통령이 사흘 뒤 국회에서 탄핵될 위기에 처했음에도, 청와대 분위기는 ‘긴박’과 거리가 멀었다. 탄핵을 모면할 카드가 거의 없는 무기력한 처지 탓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정해진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박 대통령의 결정에 달려 있다”며 입을 꽉 닫았다.
참모들의 침묵은 박 대통령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기 때문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그간 ‘2선 후퇴’를 거부하고 ‘개헌을 통한 대통령 임기 단축’으로 명예를 지키며 퇴진하겠다는 뜻을 접지 않아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럼에도 앉아서 탄핵을 당할 수는 없다는 것이 청와대 상당수 참모들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의 판단이다. 이날 여당에선 “박 대통령이 이르면 6일 구체적 퇴진 시점을 밝힐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박 대통령이 자발적 퇴진을 약속하면 여당 비박계의 온건파 의원들이 탄핵 동참을 포기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린 관측이다.
한광옥 비서실장은 국정조사 답변에서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과 6월 대선 실시 공식화’를 당론으로 요구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은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당론을 수용한다는 입장”이라며 “조만간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입장을 낸다면, 시기는 탄핵안 국회 보고(8일) 전인 6, 7일 양일 중 하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4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거나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입장을 밝힐 수도 있고, 청와대가 별도 입장문을 낼 수도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은 2선 후퇴를 공식화하는 데까지 물러서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권 핵심 인사는 “스스로 ‘식물 대통령’이 되느니 탄핵으로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완강한 뜻인 것으로 안다”며 “박 대통령이 2선 후퇴를 생각했다면 1~3차 대국민담화에서 이미 밝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9일 국회의 탄핵 표결을 기다릴 것이라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이나 2선 후퇴를 뒤늦게 약속한다 해도, 여야 의원들이 탄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여야가 두려워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아닌, 탄핵 불발 시 ‘횃불’을 들고 나올 민심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극도로 민감한 정국임을 의식한 듯,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평소 매일 아침 현안 브리핑을 하지만, 5일엔 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박영수 특별검사의 특검보 인선 내용도 보도자료를 내 발표했고,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 명단 발표는 미뤘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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