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화당 대선 경선 경쟁자이자 흑인인 벤 카슨(65)을 차기 행정부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차기 정권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는 가운데 현재 확정된 고위 인사 중 첫 흑인 각료다.
트럼프 당선인은 5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카슨은 공동체와 공동체 속 가족들을 더 강하게 만드는 일에 열정을 갖고 있다”며 주택장관 내정 배경을 밝혔다. 그는 “카슨과 함께 도시 활성화와 경제 부흥에 대해 긴 시간 동안 의견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주거환경 개선과 도시의 개발 계획 수립,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정책 마련, 저소득 가정을 위한 보조금 제공 등을 담당하는 자리다.
카슨은 현재까지 트럼프 정부 초대 내각에 이름을 올린 인사 가운데 첫 흑인이다. 카슨은 싱글맘 밑에서 자라 명문 예일대학을 졸업한 뒤 미시간 의대를 거쳐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최연소 소아신경과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로. 세계 최초로 머리가 붙은 샴쌍둥이 분리수술에 성공해 명성을 얻었다. 흑인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극우 성향이다.
카슨은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주자로 나섰고 한때 당내 지지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지난 3월 중도 포기한 직후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비교적 경선 초기부터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했던 덕에 카슨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후 줄곧 복지장관이나 교육장관을 포함해 여러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카슨이 연방정부 기관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거론됐으나 트럼프 당선인의 무한 신뢰 속에 일찌감치 주택장관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지난달 22일 트위터를 통해 “의사 벤 카슨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에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그는 사람을 사랑하는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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