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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나홀로 호황 건설업계, 지역사회 공헌은 ‘쥐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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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나홀로 호황 건설업계, 지역사회 공헌은 ‘쥐꼬리’

입력
2016.12.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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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심에 4년간 6만여 세대 공급

분양 특수 누리며 막대한 수익

세종공동모금회 기부 총 2억 못미쳐

지역 현안 사업 협력도 손사래

전국 각지에서 세종시로 대거 몰려온 건설사들은 공동주택을 분양해 막대한 수익을 챙겼지만 기부 등 지역사회 공헌에는 인색하기만 해 지역의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하다.
전국 각지에서 세종시로 대거 몰려온 건설사들은 공동주택을 분양해 막대한 수익을 챙겼지만 기부 등 지역사회 공헌에는 인색하기만 해 지역의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하다.

세종시에서 공동주택을 공급하고 있는 중흥건설㈜은 지난 3월 분양사무소를 열 때 받은 축하금 754만원과 20㎏ 들이 쌀 20포대를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했다. 중흥건설은 2012년부터 분양사무소를 열 때마다 축하 화환 대신 쌀과 축하금을 받아 기부하고 있다. 세종시는 중흥건설의 기부에 겉으로는 ‘고맙다’는 인사치레를 하지만 속으로는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세종시에서 공동주택을 가장 많이 지어 팔아 막대한 수익을 챙겨 놓고 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은 지독히 인색하기 때문이다. 세종시 한 공무원은 “건설사에 기부를 강제할 순 없지만,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큰 돈을 벌면서 기껏해야 쌀 몇 포대와 몇 푼 안 되는 축하금, 직원들의 호주머니를 턴 돈을 조금 내놓고, 정작 건설사는 호주머니를 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인 세종시 신도심 건설 현장이 민간 건설사들의 ‘먹튀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장기화하는 불경기 속에서도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세종시 공동주택 시장에서 엄청난 수익을 챙겨 놓고 기부 등 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은 손톱만도 못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가득하다.

5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지난 4년 간 민간 건설사들이 분양 및 임대, 컨소시엄 방식으로 공급한 세종시 신도심(행복도시) 공동주택은 6만1,101 세대에 이른다.

중흥건설이 5년 임대(1,977세대)를 포함해 총 1만2,327세대로 가장 많았으며, 현대 계열 건설사(6,000여 세대)와 한양(5,800여 세대)이 뒤를 이었다. 한신공영과 포스코, 대우건설, 모아 계열사가 3,300여 세대 이상을 공급했다. 또 제일건설과 신동아 건설, 호반건설과 이지건설, 대방건설과 극동건설이 1,300~2,900여세대를 건설해 분양했다.

지역별로는 중흥건설과 모아 등 전라권 건설사가 2만4,000여 세대를 공급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가장 큰 재미를 봤다. 지역에선 계룡건설이 컨소시엄 형태로 1,100여세대, 금성백조가 672세대를 공급했을 뿐이다.

건설사들은 6만 세대가 넘는 엄청난 공동주택을 공급하며 막대한 돈을 쓸어 담았다. 건설업계에선 공동주택 1 세대 당 순수익을 통상 2,0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원 정도까지로 추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건설사들의 순수익을 따져보면 최소 1조2,200여억원에서 많게는 2조9,000여억원에 이른다. 공동주택을 가장 많이 공급한 중흥건설은 2,400여억원에서 4,000여억원 이상의 순수익을 챙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세종시 특수를 확실히 누리며 엄청난 수익을 챙겼지만 지역 환원은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낸 기부금 총액은 고작 1억5,000여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4년 간 챙긴 순수익의 0.0001% 정도 수준에 머문다.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박은희 사무처장은 “건설사들에게 매년 나눔, 기부활동을 요청하면 경기 불황 등을 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곳이 많다”며 “현재 협조 공문을 업체 쪽에 보내고 있는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지역 현안 사업 등과 관련해 협조 요청을 하며 접근해봤지만 자기 지역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손사래를 치기 바쁘더라”며 “딱히 지역을 위해 최소한의 공헌이라도 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보이질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지역 공헌을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아파트 하자 민원이 속출하고, 허위광고 문제까지 불거지며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공동주택 하자 민원은 올해 210건을 훌쩍 넘겼다. 건설사들은 주민들의 쏟아지는 하자 보수 요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2-2생활권 메이저시티 입주민들은 4개 건설사가 4개 단지를 대단지로 둔갑시켜 ‘허위ㆍ과장광고’를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도심 한 주민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하자가 있어 따졌는데 두 달 가까이 실랑이 해서 겨우 보수해준다는 약속을 받았다”며 “외지에서 몰려와 단물만 잔뜩 빼먹은 뒤 자기 지역으로 내빼려고만 하는 것 같다”고 얌체 건설사들을 쏘아붙였다.

행복청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세종시 건설을 통해 큰 혜택을 본 만큼 지역사회 공헌에도 적극 나서면 좋겠지만 움직임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막상 건설사에 공헌 등을 얘기하고 싶어도 공무원 기부금품 직접 참여가 제한돼 있고, 혹시나 괜한 오해도 살 수 있어 함부로 나설 수도 없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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