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ㆍ천안 AI 의심신고 추가
양계에서 산란계로 확산 양상
산란계 번식 종계도 35% 살처분
내년 여름까지 달걀 공급 차질
검역본부 “수평전파 배제 못해도
아직 철새가 원인일 가능성 더 커”
전북 정읍과 충남 천안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가 추가 접수되고, 살처분 가금류가 380만마리를 넘기는 등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리 농장에서 시작된 AI가 산란계(알을 낳는 닭)까지 덮쳐 달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달걀 대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7개 시ㆍ도에 19개 시ㆍ군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총 127농가에서 사육 중이던 가금류 383만3,000여마리가 살처분됐다.
주말을 넘긴 5일에도 AI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전북 정읍시 고부면 3곳의 농장에서 이날 육용 오리 200마리가 폐사했다. 해당 농장들은 전날 AI로 추정되는 용흥리 농장의 방역대(3㎞ 이내)에 있다. 이날 오전 산란계 50여마리가 폐사한 충남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보성리 농장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전날에는 풍세면 용정리 양계단지 내 산란계 농장과 가송리 양계장 닭들이 폐사했다. 이처럼 주말부터 5일까지 AI 추세를 보면 고병원성 확진 또는 의심 농장에서 인근 농장으로 수평 확산되는 모양새다.
AI는 초기 오리 농가에서 양계농가, 특히 산란계 농장으로 번지고 있다. 살처분된 산란계는 전체 살처분 가금류의 62%(238만2,000마리)에 이른다. 이는 국내에서 사육 중인 전체 산란계의 3.4%에 해당된다. 농식품부는 이로인해 하루 국내 평소 달걀 공급량(4,000만개)의 3%에 해당하는 120만개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사육 중인 종계(산란계를 번식시키는 닭)도 전체의 35%(18만2,000마리)나 살처분되면서 산란계 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종계가 낳은 알에서 산란계 병아리가 부화해도 6개월 이상 지나야 달걀을 공급할 수 있어 내년 여름까지 산란계 부족이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양계업계에 갓 부화한 병아리수입을 권유할 계획이지만 산란계 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방역당국이 달걀 운반 차량(1,500대)에 GPS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일부 GPS 미부착 차량이 산란계 농장을 오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들 차량이 바이러스를 퍼뜨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장 간 AI 수평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철새로부터 유입됐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겨울은 달걀 공급과 소비가 모두 감소하는 비수기고, 방학에는 학교 급식에 쓰이는 달걀 수요가 줄어 당장 수급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수급 우려에 관심을 가져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안=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정읍=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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