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빌딩 사용 만장일치 ‘반대’
4지구 제외 상인회장단 투표서
옛 계성고, 구조개선에만 130억
지난달 30일 큰불로 잿더미가 된 서문시장 4지구. 당장 상인들이 영업을 재개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최우선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대체시장 찾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주차빌딩 활용에 대한 다른 지구 상인들의 반발이 여전한데다 서문시장 주변에선 11년 전 2지구 화재 때보다 여유공간이 더 부족해 대체 영업장 찾기가 장기간 표류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차빌딩, 다른 지구 상인 반대 심해
4지구 피해 상인들은 대체영업장소로 서문시장 한가운데 있는 주차빌딩 일부 공간을 희망하고 있다. 지금 당장 내부 인테리어에 들어가면 내년 설날(1월28일) 이전에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사할 장소만 확보된다면 팔 물건은 어떻게든지 떼 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4지구에서 2개 점포를 운영해 온 김도완(49)씨는 “무조건 서문시장 울타리 안에 있어야 한다”며 “2지구 화재 때 우리도 주차빌딩 사용을 반대했었지만, 도매 위주인 4지구에서 물건을 떼어다가 파는 소매상이 서문시장 주변에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차빌딩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선희(53ㆍ여)씨도 “다른 데는 거론할 필요도 없다. 평생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냉난방 설비가 없어도 된다. 길어야 1, 2년 아니겠냐. 권영진 시장이 2지구 전철을 밟지 않고 빨리 재건축해준다고 했다”고 맞장구 쳤다.
다른 대부분 상인들도 “2지구가 사용했던 내당동이나 대신동의 빈 건물은 우리보고 죽으라는 말”, “시장은 시장터에서 어우러져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주차빌딩을 선호했다.
하지만 주차빌딩은 서문시장 내 다른 상인들이 대부분 반대하고 있어 간단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4지구를 제외한 지구별 회장단 13, 14명이 모여 무기명투표를 한 결과 대체영업장소로 주차빌딩을 제공하는 데 대해 전원 반대했다. 회장단들은 개인 의견이 아니라 상인들의 여론을 듣고 지구별 이사회 등을 열어 결정한 사안이어서 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재 주차빌딩이 서문시장 내 주차장의 4분의 3이나 되기 때문이다. 중구청 등에 따르면 서문시장 내 주차장은 공영주차장인 주차빌딩에 660대, 2012년 준공한 2지구 지하에 226대 등 900대가 채 되지 않는다. 일부 개인 주차장이 있지만 극히 미미하다.
옛 계성고 건물은 안전 문제
4지구 비상대책위원회와 중구청 등이 유력한 대체상가 후보지로 제시한 옛 계성고 건물도 입주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상인들이 차선책으로 원하고 있지만, 현지답사에 나선 전문가들은 사용불가 판정을 내렸다. 건축 60년이 지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강 후 사용하는 것도 현재 교실 건물 보강 및 리모델링하는데 130억 원(추산)이 들고, 용도변경 등 행정절차에만 6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빈 교실만으로는 4지구 상인이 모두 입주하기 어려워 운동장 일부에 추가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난제다. 게다가 운동장은 남아 있는 계성중 학생들이 쓰고 있어 교육권 침해논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옛 롯데마트, 피해상인들이 반대
결국 남은 곳은 2지구 상인들이 영업했던 대신동 옛 베네시움 건물이나 서구 내당동 옛 롯데마트 건물이 남아 있지만 4지구 상인들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4지구 상인은 “2지구 화재 때 봤지만, 대부분이 장사가 되지 않아 고생했고 일부는 아예 접었다”며 “어떻게 하든지 시장 안에 있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울먹였다.
결국 주차빌딩은 4지구를 제외한 상인들의 반대로, 옛 계성고 건물은 안전문제로, 옛 롯데마트 건물 등은 4지구 피해상인들이 기피하고 있어 결국 서문시장 상인들간의 설득과 양보가 없는 한 설 전에 영업재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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