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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진주만行, 오바마 예우하며 트럼프에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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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진주만行, 오바마 예우하며 트럼프에 ‘구애’

입력
2016.12.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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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기 위해 뉴욕 방문길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기 위해 뉴욕 방문길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차기 정부를 향해 또다시 상징적인 외교이벤트를 성사시켰다. 일본의 현직 총리로선 처음으로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기습공격을 되돌아보는 역사 화해 장면을 연출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5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廣島)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이고 오바마와의 마지막 정상회담을 갖지만 이는 사실상 ‘트럼프 시대’를 향한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를 향한 ‘구애’를 강화해 ‘굳건한 미일동맹은 변함이 없다’는 점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린다는 평가다.

아베 총리는 이를 위해 일단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을 함께 완성시키는 형식을 계획하고 있다. 히로시마에서 고개를 숙인 오바마의 역사 화해 제스처에 그의 퇴임 전 같은 방식으로 화답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1941년 12월8일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미군 태평양함대를 선전포고 없이 기습공격해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다. 일본의 총리가 현장에 가 당시 희생자들을 직접 추모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재평가하고 양국간 화해를 마무리 짓겠다는 시나리오다.

아베의 진주만 방문 성사는 지난달 17일 트럼프와의 뉴욕회동 등 지나치게 발빠른 행동에 오바마 정부 측이 불쾌해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오바마 정부는 트럼프-아베 뉴욕회동 일정이 결정되자 “트럼프는 아직 대통령이 아니다, 전례없는 일을 하지 않길 바란다”는 뜻을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를 근거로 아베가 오바마 대통령을 끝까지 예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여러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도쿄 외교가에 나돌았다.

그럼에도 진주만 방문 목적은 결국 트럼프에 쏠려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시절 트럼프는 트위터에 수천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을 비판했다. 더욱이 공화당의 대표적 지지세력인 재향군인단체들은 오바마를 ‘전쟁을 끝낸 정당한 원폭투하를 대일 사죄외교로 갚느냐’며 반발한 바 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오바마와 함께 지난해 4월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담은 안보법안을 처리하는 등 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사활을 걸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과의 관계재검토를 주장했고 일본 정부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때문에 오바마 시대에 쌓은 미일동맹 강화 성과를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공고히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화려한 외교이벤트로 못박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도중 오바마 대통령과 잠시 만나 대화 했을 때 진주만 방문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베 총리는 일본 내 보수우익진영의 반발을 감안해 지나친 사죄행보는 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는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들을 위한 참배다. 미래를 향한 결의를 밝히고, 미일 화해의 가치를 알리는 기회로 활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침략 사실은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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